[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아이고, 깜짝이야!”
서울 강남구 청담동 글래드스톤 갤러리. ‘아이스맨 인 리얼리티 파크(Iceman in Reality Park)’를 보던 관람객이 돌 떨어지는 소리에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수일 동안 서서히 녹아내리는 눈사람 모양의 얼음 작품으로 조각이 다 녹아내리면 얼음 안에 박혀 있던 화강암 돌과 나뭇가지만 남게 된다. 잠시 서서 관람을 하는 동안에도 화강암 돌 두 덩어리가 ‘쿵’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물 떨어지는 소리와 오디향 등 자연의 느낌을 통해 ‘힐링’을 주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 있다.
| ‘아이스맨 인 리얼리티 파크’(사진=글래드스톤 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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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글래드스톤 갤러리가 서울 청담동에 첫 아시아 지점을 열었다. 개관 전시로 세계적인 설치 예술가 필립 파레노(Philippe Parreno)의 국내 첫 개인전 ‘광물적 변이(Mineral Mutations)’를 다음달 21일까지 선보인다. 작가의 대표작인 ‘마키(Marquee·극장 입구 위에 쳐 있는 차양)’를 비롯해 ‘몬트 아날로그 램프(Mont Analogue Lampe)’ 등 10여점을 전시해놓았다.
김희조 갤러리 어시스턴트는 “파레노는 전시장 안에서 펼쳐지는 상호작용에 대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작가”라며 “눈사람 모양의 ‘아이스맨’의 경우 아이들에게도 인기가 좋다”고 설명했다.
| 필립 파레노의 첫 개인전 ‘광물적 변이’ 전경. 왼쪽 벽면에 부착된 작품이 ‘AC/DC 스네이크’다(사진=글래드스톤 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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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내 바닥, 천장, 모퉁이까지 눈길이 가도록 한 것이 이번 전시의 특징이다. 갤러리로 들어서는 문에는 용암이 급속히 식으면서 생긴 화산암과 천연 유리인 흑요석을 소재로 제작된 손잡이 형태의 문고리 다섯 개가 부착돼 있다. 갤러리 벽면에 붙어있는 ‘AC/DC 스네이크(Snakes)’는 어댑터, 플러그, 야간 조명을 이어붙인 작품으로 플라스틱을 소재로 작업했던 것을 이번 전시에서는 우라늄 글라스로 선보인다.
‘아이스맨 인 리얼리티 파크’는 작가가 일본에서 전시를 할 때 공원에서 노동자들이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보고 ‘어떻게 하면 여름날 힐링을 제공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 만들었다고 한다. 이번 서울 전시를 위해 작품 아래 ‘서울특별시’라고 새겨진 맨홀 뚜껑을 설치했다.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에 새로운 아이스맨이 입고되기 때문에 관람일에 따라 형태가 거의 남아있지 않은 아이스맨을 맞닥뜨릴 수도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선보이는 램프인 ‘몬트 아날로그’는 1951년 사후에 출판된 프랑스 작가 르네 도말의 미완 소설 ‘마운트 아날로그’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5000개 이상의 다채로운 색상이 빛을 바라며 각 색상은 소설에 쓰인 각기 다른 단어를 의미한다.
갤러리 내부의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마키’를 볼 수 있다. 마키 시리즈는 현재까지도 이어지는 작품으로 주로 아크릴 글라스를 사용해 만들어지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유리로 제작된 작품을 걸어놓았다. 김희조 어시스턴트는 “주말에는 20~30명이 꾸준히 관람하러 와주신다”며 “주로 마키와 아이스맨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재밌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 필립 파레노의 대표작 ‘마키’(사진=글래드스톤 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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