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토닌의 중요성 [조성진 박사의 엉뚱한 뇌 이야기]

  • 등록 2022-01-29 오전 12:05:00

    수정 2022-01-29 오전 12:05:00

조성진 순천향대 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뇌 이야기를 합니다. 뇌는 1.4 키로그램의 작은 용적이지만 나를 지배하고 완벽한 듯하나 불완전하기도 합니다. 뇌를 전공한 의사의 시각으로, 더 건강해지기 위해, 조금 더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해 어떻게 뇌를 이해해야 하고, 나와 다른 뇌를 가진 타인과의 소통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의학적 근거를 토대로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들과 함께 탐구해보겠습니다. 일주일 한번 토요일에 찾아뵙습니다.

[조성진 순천향대 부속 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 ‘산다는 것은 앓는 것이다. 잠이 열여섯 시간마다 그 고통을 경감시켜준다’ 라고 프랑스의 비평가 샹플뢰리는 이렇게 말했다. 하루 24시간을 주기로 신체의 일주기 리듬을 조절하는 뇌의 기관은 송과체이다. 송과체는 두 대뇌반구의 중앙에 위치하며 작은 솔방울과 모양이 비슷하며 세로토닌에 의해 분비 신호를 받아 멜라토닌을 만드는 내분비 기관에 해당한다. 데카르트는 송과체에 사람의 영혼이 위치하고 있는 자리라고 믿었다.

멜라토닌은 사람이 노출되는 빛의 양에 따라 생성된다. 어두울 때 더 많은 멜라토닌을 방출하는데 이 것이 우리를 잠들게 하는 역할을 한다. 반대로 과도한 빛에 노출되면 합성이 중단된다. 송과체가 빛에 의해 분비 조절이 되므로 인체의 제 3의 눈이라 불리운다. 쥐를 통한 연구에서 송과체가 뼈 대사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멜라토닌이 골량을 증가시키는데 도움이 되며 폐경기 골다공증을 예방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고 하였다.

수면과 정신건강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계절성 정동장애는 빛의 수준이 낮을 때 우울증이 발생하는 질환인데 이것은 멜라토닌 분비의 변화와 연관성이 있다. 또한 멜라토닌은 난소와 고환의 발달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월경 주기와 같은 기능을 조절하는 호르몬을 분비하는 뇌하수체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나이가 들면서 멜라토닌의 분비는 낮아져 잠을 덜 자는 경향이 생기는데 수면부족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되면 인지기능과 면역력이 감소하여 각종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들에서도 멜라토닌이 현저히 낮아지는데 멜라토닌의 강력한 항산화 및 항염증 효과로 복용 후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는 연구결과가 있다.

송과체가 손상된 환자들에서 방향 감각이 떨어지는 증상이 발생되는 것으로 보아 공간 탐색에도 어느정도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과체는 칼슘이 잘 축적되어 뇌 CT상에서 하얗게 관찰되는데 과도한 석회화로 인해 기능이 떨어질 수 있고, 송과체에 종양이 발생되어 기능장애가 생길 수도 있다. 송과체 기능 장애의 가장 두드러진 증상은 일주기 리듬의 변화이다. 너무 많이 자거나 혹은 너무 적게 자거나 한밤 중에 활동적이고 안절부절 못하거나 비정상적인 시간에 졸리는 증상이 발생될 수도 있다. 물론 월경 주기의 변화와 골다공증도 발생될 수 있다.

한 연구에서 아침에 밝은 빛에 2주간 노출된 남성의 테스토스테론의 수치가 증가하여 성욕이 증가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하였다. 사실 봄과 여름에 남성의 성기능이 증가하는 것도 빛의 양과 관련이 있다. 남성의 1/4 정도가 낮은 성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를 치료하는 방법으로 광선 요법이 이용되고 있다.

멜라토닌은 의약품으로 출시되어 사용되고 있는데 과다복용하는 경우 실제로 더 깨어 있게 할 수 있어 원래 의도한 것과 반대의 작용을 할 수도 있으며, 두통, 현기증, 배탈, 설사, 불안증도 생길 수 있으므로 멜라토닌을 사용하기 전에 의사와 상담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고혈압 치료제는 멜라토닌 생성을 감소시킬 수 있는데 이 때 멜라토닌을 복용하는 경우 예상치 못한 혈압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멜라토닌은 처음에는 낮은 용량을 복용하고 효과가 없는 경우 원하는 결과를 얻을 때까지 천천히 용량을 늘리는 것이 좋다. 또한 어린이에게는 권장되지 않으며 소량의 멜라토닌도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카페인이나 알코올 섭취를 하는 경우에도 멜라토닌을 복용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두가지 모두 수면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피임약은 더 많은 멜라토닌을 생성하도록 할 수 있으므로 멜라토닌 보충제를 복용하는 것을 피하는 것이 좋다. 멜라토닌을 복용하는 사람이 혈압이 많이 높아지거나 호흡곤란과 갑작스런 가슴통증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응급치료를 받는 것을 추천한다.

빛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중요한 요소이지만 정상적인 멜라토닌을 우리 뇌에서 만들기 위해서는 잠을 잘 때 만큼은 침실을 최대한 어둡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침실에서의 스마트폰을 보다가 자려는 사람들은 수면부족에 시달릴 수 있는 이유도 멜라토닌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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