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시장은 원두·디저트 밸류 체인(부가가치 생성) 구축 등 업사이드(상승 여력) 요인이 남아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외식 매물은 사정이 다르다는 평가다. 배달 음식이 외식 시장 상당 부분을 점유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푸드테크(Food Tech·첨단기술 이용한 식품 제조 및 유통 고도화)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커피 프랜차이즈 매물에는 투자자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이달 글로벌 PEF 운용사인 칼라일(Carlyle) 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은 투썸플레이스다.
투썸플레이스 최대주주인 홍콩계 PEF 운용사 앵커에쿼티파트너스는 지난 19일 칼라일 그룹에 투썸플레이스를 넘기는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양측은 투썸플레이스 기업가치를 9000억~1조원 수준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약 4500억원을 투자해 CJ푸드빌로부터 투썸플레이스를 인수한 앵커에쿼티파드너스 입장에서는 두 배 이상의 수익을 내게 됐다.
자본시장에서는 투썸플레이스 매각에 적잖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앵커에쿼티파트너스가 투썸플레이스 엑시트(자금 회수)를 위해 올해 2분기 기업공개(IPO)를 추진했다가 시장의 미지근한 반응에 IPO를 철회한 지 5개월 만에 흡족한 엑시트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연초 뚜레쥬르 인수를 타진하기도 했던 칼라일은 올해를 한 달여 앞두고 투썸플레이스를 인수하며 국내 커피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7월 한국계 이규성 칼라일 단독 대표 취임 이후 나선 첫 단독 바이아웃(경영권 거래)이라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배달앱 시장과 연계한 배달 서비스와 디저트 메뉴 강화가 이어진다면 기업가치는 충분히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투썸플레이스 외에도 공차 매각으로 짭짤한 수익을 냈던 PEF 운용사 유니슨캐피탈은 이달 ‘테라로사’로 유명한 국내 원두 제조·수입 및 유통 기업 학산에 700억원을 투자하며 음료 매물에 또한번 투자를 단행했다. 앞선 지난 7월에는 신세계그룹 이마트가 스타벅스 미국 본사로부터 스타벅스 코리아 지분을 추가 인수한 뒤 자회사로 편입하기도 했다. IPO 기대주로 꼽히는 가운데 지난해 스타벅스 코리아 에비타(3567억원)을 감안하면 수조원 대 기업가치가 점쳐지는 상황이다.
배달·푸드테크 투자하느라…외식 매물 ‘글쎄’
업계에서는 바뀐 외식 시장 트렌드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코로나19 이후 배달 음식 시장이 급성장한 상황에서 전국단위 매장을 운영하는 외식 매물에 대한 성장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오케스트라PE가 550억원에 경영권 인수를 추진 중인 반올림피자의 경우도 익스프레스(배달특화) 매장에 따른 성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한 투자라는 관측이다.
대체육(肉) 등 푸드테크 쪽으로 투자 방향이 옮겨가고 있는 점도 주목할 요소다. CJ제일제당(097950)이나 롯데 등 국내 내로라하는 유통기업을 비롯해 PEF 운용사나 VC까지 푸드테크 산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보고 투자를 이어가면서 기존 외식 매물에까지 관심을 둘 여력이 없다는 평가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외식 매물의 경우)대대적인 마케팅이나 신메뉴 개발을 통해 원하는 업사이드를 이끌 수도 있다”면서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차세대 먹거리 등 시장 업사이드가 큰 다른 분야가 많은데 외식 매물에 선제적으로 투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