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건기식 관련 매물이 서서히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투자은행(IB) 업계에서 종종 들리는 말이다. 건강기능식품(건기식)은 잘만 하면 기업의 ‘캐시카우’가 될 수 있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사모펀드(PE) 운용사와 더불어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인기가 높은 만큼, 원매자들 고민도 깊어진다. 대기업과 제약사, PEF 등이 인수전에 대거 참여하면서 건기식 업체 몸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으면서다. 매도측과 원매자 간 가격 갭 차이만 벌어져 ‘쉽지 않은 M&A’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
14일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등에 따르면 국내 건기식 시장 규모는 2016년 3조5563억원에서 2020년 4조9805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코로나19로 건강을 챙기자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투자 수요는 현재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소비자들의 건기식 구매 경험률도 2016년 70% 언저리에서 지난해 80%에 육박했다. 생활필수품 성격으로 보편화 된 덕이다.
예컨대 건기식 1세대 기업인 에프앤디넷은 올해 초 매각에 시동을 걸었지만, 희망가격 갭 차이 등의 이유로 매각을 미뤘다. 사안에 정통한 IB 업계 한 관계자는 “숏리스트(적격인수후보)를 추렸지만, 희망가격 갭 차이가 조금도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매각을 미룬 것으로 안다”면서도 “에프앤디넷은 ‘락피도’라는 강력한 유산균 파이프라인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원매자들은 꾸준히 나타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건기식 M&A는 타 업종 대비 유독 거래 성사까지 이뤄지기까지가 어렵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올 초 중소형 건기식 업체 매각을 추진했던 또 다른 IB 관계자는 “건기식 고객사와의 논의를 통해 회사 매각을 추진했다가 다시 접은 바 있다”며 “원매자 측과 가격 차이가 심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건기식 업체 몸값이 요새 턱없이 높아 일각에서는 인수했다가 자칫 망하는 포트폴리오로 낙인 찍힐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며 “높은 인수가 이상으로 가치를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래도 ‘건기식은 건기식’…인수 우르르
이 밖에도 대원제약은 건기식 제조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극동에치팜을 지난 5월 인수(지분 83.5%)했고, 아이큐어도 건기식 업체 바이로제트를 인수했다. 유전체 분석 전문기업 EDGC도 캐나다 소재 건기식 업체 내츄럴라이프뉴트리션 지분 100%를 500억원에 인수했다. 이 회사는 이르면 4분기 건기식 회사 실적이 반영되면서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한 제약사에서 IB 업무를 담당한 업계 한 관계자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유산균 파이프라인을 가진 건기식 관련 매물이 특히 인기가 높다”며 “제약사 입장에서는 유산균은 제조·공정이 굉장히 까다롭기 때문에 관련 기술력을 갖춘 곳이 매물로 나온다면 우선 참여하고 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는 가격”이라면서도 “기술력을 갖춘 확실한 매물이라면 마다할 곳은 드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