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도 정책이 먹힐 수 있는 상황이었다. 저금리와 유동성 공급 정책이 오랜 시간 계속되면서 국내·외 모두에서 잉여 자금이 늘어났다.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이 돈이 은행에 머물러 있었지만 경기 회복이 시작되면서 자산시장으로 들어왔다. 그 영향으로 유럽은 2015년에, 미국은 2017년에 부동산 가격이 사상 최고를 넘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것만큼 상황이 좋지는 않다. 부동산은 경기와 금리, 소득에 의해 움직이는데 이 핵심 요인 모두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심리 위축으로 경기 둔화가 불가피해졌다. 과거 예를 보면 경기가 위축되기 시작하면 최소 8개월은 방향이 바뀌지 않는 게 일반적이었다. 올해 내에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의미가 된다. 장기 흐름도 비슷하다. 우리 경제의 성숙도가 높아진 만큼 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는데 앞으로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3%대 중반의 성장을 보기 힘들다.
경기 둔화와 저조한 소득 증가 속에서도 부동산 가격이 오를 수 있었던 건 저금리와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계속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 미국이 금리를 계속 올리고 있다. 시장의 전망대로라면 연말에 미국의 기준금리가 2.5%가 된다. 내년 상반기에는 3%에 도달할 수도 있다. 마침내 미국 금리가 정상 수준이 되는 건데 자산 시장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10년동안 계속돼 온 관성 때문에 아직도 저금리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있지 않지만 어떤 지점을 넘으면 생각이 한꺼번에 바뀔 수 있다.
1990년에 일본은 엄청난 경제적 성과를 거뒀다. 세계 시가총액 상위 50개 기업 중 40개를 일본 기업이 차지할 정도였다. 1~10등까지도 모두 일본 기업이었다. 지금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 기업도 경험해보지 못한 성과였다. 그런 일본도 인구 구조 변화로 인한 부동산 가격 하락을 막지 못했다. 지금 우리도 인구 구조가 변하는 초입에 서있다. 이번이 ‘땅은 거짓말 하지 않는다’라는 전통 논리가 부동산 가격을 움직이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 이 국면을 지나면 ‘인구가 줄어드는데 과연 부동산 가격이 안전할까?’라는 논리가 등장할 수 있다.
가격은 시장이 만들다. 그리고 가격을 이길 수 있는 건 없다. 그만큼 가격이 높아지는 게 무섭다는 얘기다. 지금 부동산 가격이 높은가? 사람에 따라 다양한 대답이 나오겠지만 낮다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부동산 가격은 부담스러운 수준이 됐다. 늦었다고 생각될 때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