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상건 윤필호 기자] 한국거래소가 상장(기업공개 IPO) 유치국가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한 해외기업중 중국의 비중이 절대적인만큼 투자처를 늘려 투자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히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 코스닥본부는 다음달 중 베트남 하노이와 호지민 등에서 기업 유치를 위한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이번 방문은 세번째로 거래소는 지난 2015년과 2016년 베트남을 방문한 적이 있다. 거래소는 물론 증권사 투자은행(IB)과 VC(벤처캐피탈), 회계법인, 법무법인 등 IPO 유관 실무진들도 참여할 계획이다. 베트남의 경우 한국 상인들이 운영하는 한상(韓商) 기업들이 주된 대상이다.
영국 기업에 대한 상장 유치도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 4월 영국 출장 후 국내 VC가 투자한 영국 현지 기업이 상장 의사를 밝힌 상태다. 바이오와 연관된 기업으로 이 기업이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면 영국기업이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첫 사례가 된다.
싱가포르 기업 유치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바이오·정보통신(IT) 등 4차 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정부 산하연구기관인 에이스타(A*STAR) 소속 기업들이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또 싱가포르거래소에 이미 상장된 기업이 주식예탁증서(DR) 형태로 코스닥에 2차 상장하는 것도 고려중이다. 아울러 미국과 일본 기업 유치도 가시화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제약바이오기업인 티슈진, 일본의 경우 면세점기업 JTC가 상장을 추진 중이다. 티슈진은 코오롱생명과학의 미국 자회사로 JTC는 일본 자스닥(JASDAQ) 상장을 추진하지 않고 국내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거래소의 해외 출장 지역은 해를 거듭할수록 확대되고 있다. 지난 2015년 출장지는 미국 한 곳에 그쳤지만 지난해 △인도네시아 △미국 △태국 △싱가포르 △베트남 등으로 대상국가가 크게 확대했다. 유가증권본부 역시 베트남과 미국 등의 기업 유치를 위해 해당 국가를 방문 예정이다.
현재 국내 주식시장에는 29개의 해외기업이 상장돼 있다. 이중 중국기업이 22개가 차지하고 있고 12개가 상장폐지됐다. 최근에는 중국원양자원도 사실상 폐지절차를 밟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중국 기업의 주가가 곤두박질치며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상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거래소가 해외기업 유치에 적극성을 보이면서 증권사 IB와 VC들도 해외기업 유치와 투자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상장 유치국의 다변화는 국내 주식시장의 글로벌 경쟁력을 한층 더 높여줄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