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파르나.제2롯데월드 완공
렌트프리 확산에 진정세던 공실률
중소형 빌딩 위주로 다시 악화 우려
그러나 건물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은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지난 몇 년간 ‘렌트프리’(초기 임대료 면제) 등 뼈를 깎는 노력으로 겨우 안정을 되찾은 강남권 오피스시장에 파르나스타워를 필두로 올해 2분기 이후 대규모 신규 공급이 몰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한동안 잊었던 ‘공실’(空室·빈 사무실)의 먹구름이 다시 한번 짙게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올해 들어 강남권 오피스시장은 공실률(빈 사무실 비율) 등 겉으로 드러난 지표상으로는 최근 2년 새 가장 안정된 상태다. 불과 작년 초까지 9%를 육박했던 공실률은 렌트프리 확산과 삼성 등 대기업 계열사의 강남권 이동 등에 힘입어 7%대로 떨어졌다.
3일 종합부동산관리회사 교보리얼코에 따르면 올 1분기 강남권(GBD) 오피스 공실률은 7.17%로 2014년 3분기(7.52%)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1분기(8.97%) 이후 강남권 오피스 공실률은 4분기 연속 하락세를 타면서 현재 서울 평균 공실률(8.67%)보다도 1.5%포인트가 낮다. 특히 규모가 가장 큰 프라임급 건물은 공실률이 2.64%에 불과하다. 업계에선 5% 이하 공실률은 기업 이사 시기가 엇갈려 생기는 자연 공실로 봐 ‘완전 임대’로 판단한다.
테헤란로를 상징하던 IT기업들이 경기 판교테크노밸리 등으로 하나둘 둥지를 옮기며 시름에 잠겼던 강남권 오피스시장이 다시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은 렌트프리가 한몫을 했다. 렌트프리는 건물주들이 공실을 줄이기 위해 임대 초기 3~4개월간 임대료를 받지 않고 사무실을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임차인 입장에선 초기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건물주는 몇 달간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수익률 등 건물가치 하락과 임대료 인하를 막을 수 있다. 여기에 한전 부지 등 코엑스 일대의 대규모 개발 계획도 강남권 오피스시장 회복세에 힘을 보탰다.
강남권 중소형 오피스건물은 악재 연속
그런데 강남권 오피스시장의 안정세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만만치 않다. 올해 서울에 공급될 오피스 물량의 약 62%가 강남권에 몰리기 때문이다. 특히 올 하반기에는 7월 완공될 강남구 삼성동 파르나스타워와 10월 송파구 신천동에 들어설 123층짜리 제2롯데월드타워 등 프라임급 대형 오피스빌딩 공급이 예정돼 공실률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강남권 중소형 오피스빌딩의 미래는 더 암울하다. 당장 올 2분기에 서울지역 중소형 오피스공급량의 59%가 강남에 집중된다. 현재 강남권은 대형 건물인 프라임급과 A급(연면적 3만 3000㎡~6만 6000㎡)은 공실률이 5% 이하지만 중소 규모인 B급(연면적 1만 6000㎡~3만 3000㎡)과 C급(연면적 1만 6000㎡미만) 등의 공실률은 각각 9.92%와 10.38%로 심각한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따라서 중소형 오피스의 강남권 공급 집중은 공실률 상승을 더욱 부채질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내년 이후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판교창조경제밸리’(제2판교테크노밸리) 조성 사업이 내년부터 본격화되기 때문이다. 제2판교테크노밸리는 임대료가 주변 시세 대비 70~80%에 불과하고 각종 세제 혜택도 풍성해 강남권 오피스시장엔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상업용부동산 전문업체인 NAI프라퍼트리 백민기 리테일본부장은 “IT분야의 경우 판교가 기반 인프라 등이 잘 구축돼 있는 등 강남권을 대체할 곳은 많다”며 “강남권은 임대료에서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어 임차인 유치와 공실률과의 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