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권 '고액 웃돈'이 사라졌다(종합)

2만 5천가구 전매제한 풀려 매물 폭탄
동탄2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 84㎡
1년새 웃돈 1억→5000만원 반토막
서울은 '마이너스 프리미엄' 속출
왕십리자이 59㎡ 분양가 이하로 떨어져
고덕숲아이파크 84㎡는 분양가 거래
  • 등록 2016-04-19 오전 5:00:00

    수정 2016-04-20 오후 2:37:52

[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대출받아도 원금이랑 이자를 같이 갚아야 하니까 사려는 사람이 부쩍 줄었어요. 더구나 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돌아가다보니 너무 비싸면 이제 안 사요.” (서울 강서구 마곡동 마곡M공인 관계자)

아파트 분양권 시장에 ‘고액 웃돈’이 사라졌다. 지난해만 해도 서울 강남권과 위례신도시 등지의 아파트 분양권에 웃돈(프리미엄)이 2억원 넘게 붙었지만, 올해는 전매에서 풀려도 시세가 거의 분양가 수준이다. 일부 지역에선 분양권 시세가 분양가 이하로 떨어진 아파트(‘마이너스 프리미엄’ 단지)도 있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 얘기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현재까지 전매 제한(분양 계약 후 6개월~1년간 분양권을 매매할 수 없는 것)에서 풀려 거래가 자유로워진 아파트는 전국에 2만 5338가구에 이른다.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의 경우 3712가구의 분양권이 거래시장에 나왔지만 매도자와 매수자의 기대치가 달라 거래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집주인은 여전한 기대감에 웃돈을 얹어 내놓고 있는 반면, 서울 전세난이 한풀 꺾이고 주택담보대출 심사도 강화되면서 매수자는 여전히 관망세다.

△분양권 전매 제한에서 풀린 물량이 쏟아지면서 서울·수도권 아파트 분양권에 붙은 웃돈이 빠지는 등 분양권 거래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아파트 분양권 시세표가 나붙은 서울의 한 아파트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서울 5154가구 전매 제한 풀려


서울에선 5154가구가 올해 들어 전매 제한에서 풀렸다. 성동구 하왕십리 ‘왕십리 자이’, 동대문구 전농동 ‘동대문 롯데 캐슬 노블레스’, 강서구 마곡동 ‘마곡 13단지 힐스테이트 마스터’, 강동구 상일동 ‘고덕 숲 아이파크’ 등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평균 분양가가 5억 3000만원인 왕십리 자이 전용면적 59㎡짜리 분양권은 지난 6일 5억 600만원(4층)에 거래됐다. 이 아파트 전용면적 84㎡형은 지난달 분양가보다 500만원 적은 6억 3900만원(15층)에 팔렸다. 일반분양가보다 저렴한 조합원 입주권이 쏟아져 나오면서 거래가 거의 안되는 실정이다.

강동구 고덕동 고덕숲 아이파크도 지난달 전용 59㎡짜리 분양권(7층)이 5억 1980만원에 거래됐다. 전용 84㎡형도 같은 달 6억 5990만원에 팔렸다. 분양받은 가격 그대로 판 것이다. 중도금 대출이자 등을 감안하면 계약자 입장에선 오히려 손해를 본 셈이다.

지난 1월 말 3.3㎡당 분양가가 평균 4290만원인데도 평균 청약경쟁률 37.8대 1을 기록한 ‘신반포 자이’도 청약 열기와는 달리 분양권에는 웃돈이 그리 많이 붙지 않은 상태다. 분양가 10억~11억 2000만원에 공급된 전용 59㎡형은 10억~11억 6600만원 사이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동탄2·김포신도시 분양권시장도 찬바람

경기지역 아파트 분양권 시세는 이달 들어 다소 회복하는 분위기이지만 여전히 지난해 최고가 시세까지는 만회하지 못하고 있다. 동탄2신도시가 대표적이다. 이곳엔 지난해 1만 가구 넘는 공급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미분양이 급증했다.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반도 유보라 아이비파크 6.0’ 전용 84㎡형은 웃돈이 평균 5000만~6000만원 붙어 있다. 동탄2신도시 호반베르디움 3차 아파트는 같은 면적 기준 1000만~2000만원 정도 웃돈이 붙어 있다. 화성시 오산동 D공인 관계자는 “전매 제한이 풀리기 전인 지난해 만해도 (아이비파크 6.0 아파트) 웃돈이 1억원 가까이 붙었는데, 앞으로 거기까지 갈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한다”며 “올해 추가 분양 물량이 1만 가구 이상 쏟아지고, 전매 제한에서 풀리는 물량도 1만 가구가 넘어 웃돈을 크게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포한강신도시도 마찬가지다. 이달 14일 전매 제한에서 풀린 ‘한강신도시 반도유보라3차’ 아파트는 웃돈이 500만원에서 많게는 1500만원 정도 붙었다. 하지만 거래는 뜸하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 연구위원은 “총선 이후 대규모 분양 물량이 대기하고 있는데다, 대출 규제 여파로 분양권 웃돈 형성이 예전 같지 않다”며 “저금리로 대출이자가 저렴해 부담은 크지 않겠지만 공급 과잉에다 시장 침체까지 더해지면 마이너스 프리미엄 단지도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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