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고령화사회로 진입하면서 고령운전자 또한 빠르게 늘고 있다. 2001년 36만2156명이던 65세 이상 고령운전자는 2012년 165만8560명으로 4.6배 증가했다. 이처럼 고령 운전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데도 관련 법규나 제도는 미흡하기 짝이 없다. 65세 이상 운전자에 대해 면허 갱신 주기를 5년으로 단축 적용하는 정도다. 특히 많은 고령운전자들이 생계 유지를 위해 택시·버스·화물차 등 사업용 차량을 운행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교통사고 발생 빈도를 보인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개인택시 3명 중 1명은 65세 이상
서울시내에서 운행되는 버스·택시·화물차 등 사업용 차량 운전자의 고령화 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서울시에 등록된 택시기사 8만8790명 중 65세 이상 고령자는 20.4%(1만8326명)이나 된다. 전체 개인택시 기사 4만9378명 중 28%(1만3838명)다. 개인택시 기사 3명 중 1명꼴이다. 법인택시 기사는 3만9412명 중 11.4%(4488명)가 65세 이상이다. 80세 이상 택시 기사도 83명(개인 71명·법인 12명)이나 된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고령운전자가 늘어나면서 관련 교통사고도 급증하고 있다”며 “사업용 차량에 의한 사고가 빈번해 운송회사에 안전운행을 요청하는 한편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질랜드에선 80세 이상 면허 말소
서울시는 교통사고 사상자 감축 대책의 일환으로 만 65세 이상 고령운전자의 면허 갱신 주기를 기존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고령운전자가 급증하면서 사고 발생 비중이 높아진 현실을 반영한 조치다. 고령자에 대한 운전 제한은 해외에선 이미 일반화돼 있다.
상대적으로 운전면허 취득에 있어 관대한 미국도 주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65~70세 이상 고령운전자에 대해 우편 갱신을 불허하고 면허 갱신 주기를 짧게 하거나 특정 검사를 통과해야 면허를 갱신해 주는 게 일반적이다.
호주는 훨씬 까다롭다. 80세부터는 해마다 시력 및 청력, 각종 의학검사 결과가 담긴 의료증명서를 면허관리청에 제출해야 한다. 85세부터는 의학검사 외에 도로주행 능력을 테스트한다. 뉴질랜드는 아예 운전자가 80세가 되면 운전면허가 말소된다. 80세 이상 고령자가 운전을 하기 위해선 2년마다 고령자 대상 운전면허시험을 치러야 한다.
전문가들은 고령운전자에 대한 교육프로그램 개발부터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아울러 고령운전자를 배려한 교통 신호체계 개선 및 운전문화 확산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강수철 도로교통공단 책임연구원은 “적성검사만으로는 운전 적격 여부를 판단하는 게 한계가 있는 만큼 고령자에 대해서는 별도의 인지검사 등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