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마다 회사가 이뤄주길 바라는 소원들을 한가지씩 제시하고, 회사는 이를 최우선 실천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쏟아붓는다. 모바일 음식배달 정보서비스 업체인 (주)우아한 형제들 얘기다.
서울 송파구 석촌동에 위치한 이 회사 본사 건물에 들어서면 벽면에 붙어있는 ‘버킷 리스트(Bucket List)’라고 적힌 대형 포스트가 눈에 들어온다. 30여 가지 직원들의 소원들이 일일이 애니메이션 그림 설명과 함께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 버킷 리스트는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들을 적은 목록이다. 버킷리스트 단어 아래에는 ‘죽기 전이 아닌 2014년 12월31일까지 이런 회사 만들어요!’라는 문구가 쓰여있다. 이미 실행이 완료된 항목 들에는 표시가 되어 있다. 지금까지 이 소망 리스트의 대부분이 이뤄졌으며 단기간에 이룰 수 없는 버킷리스트 몇 가지만 남아 있다.
“직원들이 회사 생활을 웃으면서 행복하게 할 수 있게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뭘까를 고민하다 버킷리스트를 떠올리게 됐어요.”
김봉진(37) 우아한 형제들 대표는 지난 2011년 직원들에게 버킷 리스트를 적어 내라는 아이디어를 내면서 처음에는 ‘혹시 너무 현실성이 떨어진 무리한 요구가 많이 나오면 어쩌나’하는 불안감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직원들의 소박한 희망 사항들을 보고 오히려 감동했다고 한다. 지금은 이 버킷리스트가 직원들과 회사를 하나로 묶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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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형제들은 음식배달 정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인 ‘배달의 민족’으로 화제를 불러모으고 있는 벤처 업체이다. 지난달 기준으로 누적 앱 다운로드 수가 900만 건을 돌파하면서 관련 시장을 평정하고 있다. 지난 2010년 설립됐으며 직원 수는 98명에 이른다. 지난해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으며 올해는 그 2배인 200억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적으로 추산되는 음식 배달 업소 20만 곳 가운데 13만 곳의 정도를 제공하고 있다.
“회사가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그 회사의 직원들을 만족시켜야 한다. 행복한 직원이 행복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회사 생활에 불만족스럽고 상처받은 직원이 내놓는 제품과 서비스는 불만과 상처로 얼룩져 있을 수 밖에 없다.”
김 대표가 직원들의 행복을 회사 경영에서 가장 중시하는 이유다. 김 대표는 진정한 행복은 회사로부터 받기만해서는 이뤄질 수 없고 회사와 다른 회사원들에게 이바지하는 이타심이 함께해야 가능하다고 확신한다. 김 대표가 각 층별로 공동체 안전보건 총책임자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안전보건 총책임자는 한 달에 한 번 제비뽑기를 해 선정한다. 이 제비뽑기에는 김 대표부터 회사 전 직원이 한 명도 예외없이 참여한다. 총책임자는 사무실 청소에서부터 정리정돈, 전등 끄기, 문단속 등 사무실의 안전과 보건에 관련한 잡다한 모든 일을 한 달 간 책임진다. 다른 구성원들에게 대한 조건없는 봉사를 통해 회사생활의 행복감을 높이자는 취지에서다.
이 덕에 이 회사 직원들은 책값을 무제한으로 지원받아 원하는 대로 책을 구입해 읽고 나중에 자신이 소유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책을 읽는 문화가 직원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며 “가장 책을 많이 읽는 직원은 한 달에 책값으로 100만원을 넘게 회사에서 지원받고 있다”고 귀띔했다. 직원당 평균 독서량을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았으나 국내 업체 가운데 최고 수준일 것이라는 게 김 대표의 확신이다. 독서경영은 직원들의 창의력을 높여 기발한 사업 아이디어가 샘솟게 하는 원천이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우아한 형제들의 이런 펀 경영은 이제 업계에서는 벤치마킹의 대명사가 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굴지의 모 카드회사, 인터넷 검색업체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 관계자들까지 이 회사의 독특한 기업문화를 배우기 위해 찾아와 화제가 됐다. 김상헌 네이버 대표는 최근 한 공개석상에서 “검색은 네이버에서, 배달은 ‘배달의 민족’에서 하라”며 이 회사를 극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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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찌는 것은 죄가 아니다’, ‘밥값은 1/n’, ‘오늘 먹을 치킨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 ‘지나친 과식은 감사합니다’, ‘잘먹고 한 야근이 때깔도 좋다.’
이 회사 사무실 벽면마다 가득 채우고 있는 미니 포스터에 적혀 있는 문구들이다. 모바일 배달 서비스 업체답게 모두 음식에 관한 기발하고 재치있는 멘트들이다. 김 대표는 이런 사소하지만 작은 문구들을 통해 펀 경영을 회사의 주력 문화로 자리잡게 하고 있다. 모든 문구는 직원들과의 수시 아이디어 회의를 통해 도출한다.
이 회사 사무실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중국 요리집 배달원들이 사용하는 일명 ‘철가방’이다. 철가방이 사무실 입구 한 가운데에 떡하니 버티고 오는 손님을 맞이한다. ‘배달의 민족’ 서비스 업체라는 것을 방문객들에게 한 눈에 알기 쉽고도 재미있게 보여주기 위한 전시물이다.
얼마 전에는 익살스러운 잡지 광고 시리즈로 화제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잡지 한 페이지 전체에 ‘잘 먹어야 남자다잉!’, ‘먹을 때는 개발자도 안 건드린다’, ‘잠깐만여, 치킨들고 가실께요’, ‘복날은 간다‘ 등과 같은 재미있는 문구를 큼직하게 채우고 하단에는 배달의 민족이라는 브랜드를 남기는 광고 방식이다.
공원의 계단과 같은 회의실에 각자가 자리를 잡고 회의를 하게 만들어 어디가 보스 자리인지, 부하 좌석인지 구분을 할 수 없게 돼 있다. 김 대표는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받기 쉬운 상명하복의 회의문화를 바꿔버리기 위해 회의실 구조를 고민하게 됐다”며 “직위에 관계없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재미있고 즐겁게 회의를 하다 보니 아무래도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많이 나오게 된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최규상 소장의 비즈 유머콕칭]
윈스턴 처칠은 “웃지 않는 것은 100만 달러를 은행에 두고 그 돈을 전혀 쓰지 않는 것과 같다”고 했다. 아침부터 웃음의 에너지를 마음껏 인출하자. 한 사람이 웃으면 어느새 함께 웃게 되고, 혼자 웃는 것보다 함께 웃을 때 33배 효과가 있다. 업무를 시작하면서 전 직원이 30초 정도만 박수를 치면서 웃어보라. 느낌이 있는 금상첨화의 조직이 될 것이다.
2. 차별화된 재미를 만들어라.
광고에 깨알 같은 유머로 고객을 즐겁게 하자. 여성잡지에는 “영희야 넌 먹을 때가 젤 이뻐!”, 가정주부 잡지에는 “잘 시킨 치킨 하나 열 집밥 안부럽다”, 마케팅잡지에는 “마케팅할 때 먹는 치킨은 0칼로리”, 경제잡지에는 “주식 오르면 뭐하겠노 치킨 사묵겠지” 로 대상에 따른 위트로 고객을 유혹하고 있다. 웃을 때 들어오는 정보는 장기 기억에 저장되며 더 쉽게 호주머니를 열게 한다. 문구 하나라도 차별화된 웃음을 만들어라.
3. 행복한 직원이 행복한 결과를 만든다.
사원들의 행복은 사소한 배려에서 시작된다. 최고급 과일 간식 제공과 책값 무제한 지원은 직원을 향한 배려를 보여준다. 내부고객이 행복해야 외부고객이 행복해진다는 인터널 마케팅의 핵심을 실천하고 있다. 퍼니지먼트(Fun+Management)의 핵심인 주인의식은 직원들의 행복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