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올해 여름부터 달궈졌던 전세 시장이 차츰 진정되는 분위기다. 계절적인 비수기에 접어들면서 이사 수요가 크게 줄어든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학군·신혼부부 수요가 몰리는 내년 2월 이전까지는 이러한 추이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의 서울 아파트 전셋값 변동률 (단위:%, 자료=부동산1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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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5% 올랐다. 65주 연속 상승세다. 전국 아파트 전셋값의 역대 최장 상승 기록(2009년 2월13일~2010년 5월7일)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하지만 가격 오름폭은 지난달을 기점으로 조금씩 줄고 있다. 9월 둘째 주 한주 새 0.23% 오르며 정점을 찍었던 전셋값 상승폭은 한달만인 10월 셋째 주부터 그 기세가 꺾였다. 아직 소폭에 불과하지만 오름폭이 매주 0.01~0.03%포인트씩 작아지고 있다.
서울·수도권 안에서 국지적으로 전셋값이 떨어진 지역도 나타났다. 예컨대 지난주 경기도 광명(-0.07%)·수원·성남·일산·화성(-0.01%) 등에서는 전셋값이 내렸다. 일산시 일산동 후곡14단지 청구는 일주일새 전셋값이 1000만원 가량 떨어졌다. 광명시 철산동 도덕파크1단지와 수원시 영통동 황골주공2단지 등도 250만~750만원 하락했다.
서울에서도 일부 단지 전셋값이 약세를 보였다. 서초구 우면동 서초참누리에코리치의 공급면적 149㎡형 전셋값은 기존 6억원에서 이번 주 5억7500만원으로 2500만원 떨어졌다. 광진구 자양동 한양아파트 공급 152㎡형도 4억원에서 3억9000만원으로 1000만원 내렸다. 전세 시세가 1억1000만원이었던 노원구 하계동 청솔아파트 공급 59㎡형 역시 한주 새 500만원 하락했다.
이처럼 전셋값 오름폭이 둔화된 건 계절적인 영향 때문이다. 이사 수요가 줄어들면서 그간 과도하게 올랐던 전셋값이 조정되고 있는 것이다. 김은선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예전에는 매물이 나오면 바로 소진됐지만 요즘은 수요가 주춤해 집주인도 가격을 낮춰서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지금 같은 추세가 적어도 내년 초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학군 수요 등이 움직이는 2월께부터는 다시 전셋값 고공 행진이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과열 양상을 보였던 잠실 등 일부 지역 시세가 조정 중이지만 전셋값이 잡힐 거라고 단언하긴 어렵다”며 “올해 초처럼 학군·신혼부부의 이사 수요가 몰리는 내년 2월이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