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비리 왜 터지나 했더니…"회계감사 안 받았다" 88%

한국노동법학회 설문조사…내부 회계감사도 제각각
복수노조·타임오프로 환경 급변…투명성 강화해야
  • 등록 2012-05-16 오전 6:09:00

    수정 2012-05-16 오전 6:09:00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5월 16일자 8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지난 2010년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대전 충북지부 소속 ASA지회의 전 간부가 투쟁기금 4억4000만원을 횡령했다. 작년엔 현대차 울산공장 비정규직 노조 전 간부가 유흥비·복권·사행성 게임장 비용으로 조합비 2000여만원을 유용했다.   이 같은 노조 비리는 부실한 회계감사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나라 노동조합 중 외부 회계감사를 받지 않는 곳이 88%에 달하고 내부 회계감사 인력도 위원장의 입김으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감시자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15일 한국노동법학회가 고용노동부 연구용역을 받아 작년 8월25일부터 9월26일까지 전국 355개 기업 노조 대표나 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87.6%가 외부회계감사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공공부문에선 89.7%가 외부 회계감사를 받지 않았고, 50인 미만 사업체에선 92.7%가 회계감사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내부 회계감사도 미진했다. 현행 노조법상 노조의 모든 재원과 용도, 경리상황 등은 6개월에 한 번 이상 회계감사를 하고, 그 결과를 전체 조합원에게 공개하게 돼 있다. 하지만 약 25% 정도가 이를 지키지 않았다. 노조규약상 회계감사 주기가 6개월에 한 번이라는 응답이 60.3%로 가장 많았지만, 실제로 6개월에 한번 회계감사를 하는 노조는 58.7%로 더 낮았다.   회계감사 인력 선출과정도 투명성이 떨어졌다. 회계감사를 노조 총회에서 직선으로 선출하는 경우가 36% 이상으로 가장 많았지만, 위원장이 임명하고 총회나 대의원회에서 인준 받는 경우(26.9%), 위원장이 임명하는 경우(9.6%)도 상당했다.   한국노동법학회는 “대기업 노조나 상급노동단체 등은 사회적, 경제적 영향력이 크고 재정규모도 상당한 수준이지만 회계 기준이나 공개, 보고의 기준이 없는 경우가 많아 재정비리가 발생하고 있다”며 “회계감사가 이뤄지더라도 노조집행부의 대응조치가 미흡해 회계감사의 실효성이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노동계 내부에서도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노조는 투명성을 높이려는 방안으로 29.6%가 비리를 저지른 노조원을 영구 제명하거나 노조간부로 선출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14.6%는 회계감사결과의 외부공증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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