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안승찬 윤종성 기자] "왜 돈도 못버는 한계 사업을 끌고 가느냐."
취임한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직원들을 다그쳤다. 더이상의 물량 확대 경쟁은 하지 말라는 선언이었다.
LG전자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시장점유율을 중시하던 LG 특유의 확대 전략을 버리고 이익과 수익 중심으로 돌아서고 있다. 한계에 봉착한 사업들은 과감하게 포기하고, 돈이 되는 알짜사업 위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새로 짜고 있다.
| ▲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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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준 부회장 취임 후 1년여 만에 LG전자의 전략이 '볼륨(Volume) 경쟁'에서 '밸류(Value) 경쟁'으로 확연하게 돌아섰다.
2일
LG전자(066570)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올해 휴대폰 판매 목표치로 8000만대를 잡았다. 지난해 8800만대의 휴대폰을 팔아치웠던 LG전자가 다음해 판매 목표치를 10% 가량 낮춰잡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휴대폰 판매량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했던 피처폰(일반폰)의 비중을 크게 낮추고, 대신 고가의 LTE폰 등 스마트폰 중심으로 휴대폰 사업을 재편하다 보니 전체 판매 목표치가 줄었다.
8000만대의 휴대폰 판매 목표치 중 스마트폰의 몫은 최대 3500만대다. 지난해 2020만대에서 1500만대 가까이 더 팔겠다는 것이다.
LG전자는 PC와 모니터 등 수익이 악화된 제품군 역시 통합을 통해 비용을 줄이고, 수익성이 좋은 일부 모델들만으로 운영된다.
수익성 기반의 전략은 실적에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LG전자의 휴대폰사업은 7분기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4분기 전체 휴대폰 판매량은 1770만대로 전기 대비 16% 줄었지만, 스마트폰 판매가 100만대 이상 늘어나면서 수익성이 개선됐다.
TV를 담당하는 HE사업본부의 매출액은 지난해와 비교해 5% 감소했지만, 영업이익률은 -1%에서 2.4%로 오히려 더 좋아졌다. 가전사업부는 이익률이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원자재 값 인상과 환율 탓이 더 컸다.
정도현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수익성 위주로 사업을 재편하면서 긍정적인 신호가 있었다"면서 "전반적인 수익성이 좋아지면서 한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체질 개선에 나선 LG전자에 대한 시장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LG전자가 피쳐폰 등 한계사업에 대한 조정을 통해 군살을 빼고 인력 재배치와 관리기능 통합을 통해 고정비를 절감하고 있다"며 "전사적 체질개선을 통해 LG전자가 올 1분기 231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LG전자는 올해도 군살 빼기와 알짜 사업 위주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더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까지 "1등 합시다"란 구호를 첫머리에 외쳤던 LG전자는 구 부회장의 지시로 올해부터 구호를 "제대로 실행합시다"로 바꿨다. '제대로'를 강조한 것은 수익성 기반의 성장전략 쪽에 더 진력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구 부회장 취임 후 꾸준히 강조한 게 수익성 기반의 성장(Pfofitable Growth)이었다"며 "수익성 중심의 경영전략이 궤도에 오르면서 이제 성과로 나타나기 사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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