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청약통장..깰까? 놔둘까?

청약저축 청약예·부금, 금리 이점 사라져 가입자 이탈
청약통장 초저금리..정기예금 이자율 연 4%도 못미쳐
전문가 "청약통장 활용시기 온다..통장 리모델링 고려"
  • 등록 2012-01-19 오전 9:30:00

    수정 2012-01-19 오전 9:30:00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1월 19일자 18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문영재 기자] 주부 김소영(38·서울 마포구 공덕동)씨는 최근 청약통장 해지 여부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김씨는 지난 2009년 5월 이른바 `만능통장`으로 불리는 주택청약종합저축에 가입했다. 자신과 남편, 자녀 2명 등 모두 4개의 통장을 개설해 매달 40만원씩 넣고 있다. 처음 가입할 때만해도 주택청약 목적보다는 금리수준에 더 관심 많았다. 당시 시중은행의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는 연 2.8~2.9%. 그러나 만능통장의 금리는 연 4.5%에 달했다. 2년이 지는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최근 시중은행 의 예금과 적금 금리는 오르는 반면 청약통장의 금리수준은 뚝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때 무주택 서민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던 청약통장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지난 해부터 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급격히 줄고 있는데다 은행 이자마저 줄어 장기재테크 상품으로써의 매력도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의 위축은 투자수요를 줄이고 자연스럽게 청약통장의 역할도 줄어들고 있는 상황. 아파트를 분양 받은 뒤 전매를 통해 시세차익을 얻으려는 투자자들로 각광받던 예전의 영광은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 청약저축·청약예·부금, 가입자 이탈 급증 청약통장은 전용면적 85㎡이하 공공주택에 청약할 수 있는 청약저축과 전용면적 85㎡이상의 공공주택과 모든 민영주택에 청약할 수 있는 청약예금, 전용면적 85㎡ 이하의 민영주택에 청약할 수 있는 청약부금이 있다. 기존의 청약저축과 청약예금·청약부금의 기능을 한데 묶어놓은 이른바 만능통장은 공공·민영 주택 등 모든 신규분양주택 청약에 사용할 수 있다.

18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청약저축 가입자는 모두 138만37명으로 전년동기(167만6937명)대비 17.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청약예금과 청약부금 가입자도 각각 174만9180명, 51만3714명으로 1년전에 비해 10.2%, 20.6%씩 감소했다. 만능통장 가입자만 1123만3308명으로 전년동기(1053만9357명)대비 6.6% 늘었다.
▲ 청약통장 가입현황(단위: 좌 / 자료: 금융결제원)
◇ 청약통장 초저금리..정기예금 이자율 연 4%에도 못 미쳐  
▲ 단위: 연%, 자료: 은행연합회
시중은행은 청약예금과 청약부금 등 청약통장 상품에 초저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은행연합회 비교공시에 따르면 청약예금 금리는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연 3.1%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민은행은 연 3.15%, 외환은행 연 3.30%, 우리은행 연 3.35%의 이자를 적용한다. 모두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연 4%)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청약부금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국민·우리·신한·하나 등 대형 은행들은 연 3.2~3.5%를 적용하고 있다. 청약부금은 이자에 이자가 붙는 복리상품이 아닌 만큼 이자를 통장에 쌓아둬도 추가이자가 붙지 않는다. 만능통장도  정기예금보다는 상대적으로 금리 수준은 높지만 연 4.5%라는 고정금리 그 자체의 매력은 크지 않다는 게 은행권의 분석이다.

◇ 청약통장, 깰까? 놔둘까?   수도권 분양시장에서는 청약통장이 찬반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미분양 물량이 많아지면서 청약통장 없이도 새 아파트를 분양 받을 수 있고 청약 지역에서 미달될 경우 3순위 접수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청약통장의 이점이 사라진 건 틀림없지만 1순위자의 경우 당장 해지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박원갑 국민은행 PB 수석팀장은 "부동산시장이 침체기에 빠져 있지만 사이클을 타는 만큼 인기지역인 강남이나 보금자리주택 등 청약통장을 활용할 수 있는 시기는 올 것"이라며 "기존 가입자라면 굳이 해지하지 말고 기회를 기다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강남PB센터 팀장도 "기존 청약통장 가입자는 향후 민간주택 시장이 살아날 경우 집을 늘려가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만능통장은 연 4.5%의 금리를 보장해 주는 만큼 해지하지 않은 편이 좋다"고 말했다.

김규정 부동산114 본부장도 "청약통장이 과거의 메리트를 많이 상실한 건 사실"이라며 "그러나 기존 장기 가입자의 경우에는 청약부금을 청약예금으로 전환하거나 청약예금 예치금액을 바꿔 청약가능 면적을 늘리거나 줄이는 등의 청약통장 리모델링을 고려해 볼 만하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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