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자·복수노조 문제` 교차점 있나

정부 vs 양대 노총 `초강수 평행선`
복수노조 타협등 접점 가능성 있어
  • 등록 2009-11-11 오전 7:50:00

    수정 2009-11-11 오전 8:29:02

[이데일리 정태선기자] 전임자·복수노조 문제를 놓고 노동계와 정부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오는 13일 노사정 6자 대표자 회의 고위급회담 등이 예정돼 있지만, 합의안을 만들기까지는 갈 길이 멀어보인다.

앞서 지난 5일 노사정 6자 대표자회의 실무협의를 진행했으나 서로 입장차만 확인했을 뿐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번달 25일까지는 시한이 남아 있기 때문에 최대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노사정 모두 각자 이해에 따라 아직까지는 초강수를 두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전임자·복수노조` 문제가 팩키지 방식으로 한데 묶여서 노·사정이 서로 하나씩 주고 받는 형태로 교차점을 찾아가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윤곽 드러나는 정부안

지금까지 정부는 복수노조를 허용하되 창구단일화를 전제로 하고, 노조전임자의 임금지급 문제의 경우는 자립기반이 약한 노조에 대한 재정지원책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임태희 노동부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복수노조 창구단일화와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에 대비해 노조 재정자립을 어떻게 연착륙시킬지 논의해야 하고 노사정 실무회의에 그런 논의를 하자고 제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사정 6자 대표자 회의에서 정부와 함께 각자 대안을 내놓자고 노동계와 경영계에 요구할 계획이며, 그렇지 않다면 정부의 안을 기초로 논의하는 방안에 합의해 달라고 요청하겠다는 것.

구체적으로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정부안은 지난 7월 노사정위원회 공익위원안과 맥락을 같이한다.

복수노조의 교섭창구 단일화 방안으로 `조합원 과반수교섭대표제`를 추진하고, 노조의 자율적 협의에 의한 창구 단일화가 원칙이지만 합의가 안될 경우 조합원 과반수의 지지를 얻는 노조에 교섭대표권을 부여하자는 안이다.

전임자 임금과 관련해서 단체협약·고충처리 등 핵심 노조활동에 대해서만 임금 지급을 허용하자는 것. 타임오프제를 제안한 것이다.

대신 300인 이하의 소수사업장 노조에 대한 지원책도 당·정간에 여러가지 방안이 궁리되고 있다.

당정에서 흘러나오는 대안 가운데 하나는 노·사·정 각 주체가 공동으로 출연하는 한시적 성격의 펀드를 만들어 기준을 정하고 지급하는 안이다. 또 대기업부터 단계별로 중소기업까지 적용해 나가는 방안도 물밑에서 검토되고 있다.

◇ 강수 두는 노동계도 `부담`

노동계는 아직까지 12월 중순 총파업을 무기로 `노동법 철회`를 외치며, 노사자율에 맡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협상 막판까지 입지를 넓히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렇지만 내년초 노동법 시행을 앞두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고민도 깊다. 노동법 개정을 위해 양대 노총이 손잡았지만, 내부 노선엔 미묘한 온도차이가 나고 있다.

대기업 노조가 많은 민주노총은 `전임자 임금` 문제보다는 전교조와 공무원노조 등에 대한 정부 강경대응을 더 큰 투쟁 이슈로 보고 있다. 6자 대표자 회의에서도 이를 빌미로 금방이라도 빠질 태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전임자 임금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한국노총은 민주노총이 설사 빠지더라도 6자 대표자 회의의 틀을 유지하면서 최대한 협상안을 마련하고, 이 틀이 깨질경우 총파업까지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노선차가 존재하는 양대 노총은 노동법 관련 투쟁이 장기화될수록 개별사업장별까지 구석구석 밀도있는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총파업 이후까지 계속해서 투쟁 동력을 끌어 갈수 있을지 부담이다.

◇ 복수노조 타협, 교차점 될까

복수노조에 대해서 재계와 노동계의 입장이 엇갈리지만, 노조 전임자 임금 문제에 비해서는 의견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편이다.

표면적으로 재계는 복수노조 허용자체를 반대하고 있고, 노동계는 협상창구 단일화를 전제로 한다면 의미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노동부 통계를 보더라도 사업장 가운데 현재 10% 가량만(공공부문을 제외하면 8%) 노조가 조직된 형편이고, 복수노조가 허용되더라도 유의미한 복수노조가 탄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나를 덜 양보하기 위한 `협상카드`로 보는 해석이 우세하다. 양쪽을 저울질 할 수 없다지만, 협의안을 마련하려면 전임자 임금 문제가 더 핵심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노총 핵심 관계자는 "복수노조 창구 단일안의 경우 국제기준이나 노동 3권 등 헌법에도 맞지 않는 정부와 재계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도 "재정자립도가 취약한 사업장의 노조전임자 지원 방안 등 정부안이 구체적으로 나와준다면 심도 있는 협상이 가능하지 않겠냐"고 여운을 남긴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예컨대 중소사업장에 대한 펀드를 조성하고 이에 대한 운영에 대해서는 정부가 빠지고, 노사가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안이다.

중소기업의 노조기반이 약해지는 것을 우려한 만큼 한국노총에게는 명분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안은 정부측에도 명분이 될 공산이 있다.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해 노동법 `원칙시행`을 고수하면서도 `보완책`으로 합의안을 도출했다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사정 모두 아직 한치도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을 것`이 아니라면 접점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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