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사람, 음식의 향연(饗宴)

cafe ROO, 혹은 樓
  • 등록 2008-10-21 오전 9:45:00

    수정 2008-10-21 오전 9:45:00

[이데일리 EFN 홍현진 객원기자] 산자수려한 곳에 도드라지지 않고 자연의 일부로 우뚝 서 있는 누각, 생활이 주는 고단함을 설핏 도려내고 여유롭게 자연과 마주한 사람, 오감을 매혹시키는 부드러운 음식, 향기로운 술 한 잔, 그리고 시 한 수. 옛 사람들의 ‘풍취’가 오롯하게 배어나는 ‘연회(宴會)’ 혹은 ‘향연(饗宴)’의 모습이다.

수수함 속에 녹아드는 현란한 감정의 움직임, 그 속에서 배어나왔을 감탄사들. 그것을 다시 현대적으로 연출하는 것, 강남 학동사거리 부근에 위치한 카페 누(樓)가 그리려는 모습이다.

◇ 서로 다른 얼굴로 소통하는 공간


cafe Roo라고 쓰인 사인 위로 현란한 색을 띄는 수직, 수평의 그래픽 벽의 파사드가 하늘로 뻗어있다.
 
계단과 테라스를 지나 나무형상의 유리문을 여니 단정한 복도가 말쑥하다.

공간과 잠시 눈길이 얽힌다. 한국적인 누각의 이미지를 중심으로 곳곳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현대적인 모습들이 이채롭다.
 
공간은 전체가 네 곳으로 구성돼 있다. 입구의 테라스, 입식 홀, 룸 형식의 좌식, 그리고 정원이다.

입식의 홀은 다시 서로 다른 콘셉트의 공간으로 나뉜다. 다르지만 닮았다.
 
홀과 복도를 나눈 커다란 레드(red) 물고기 형상이 각각의 공간에 자연의 친근함을 불어넣는다.


◇ 자연 속으로 한걸음 더, 달빛의 환상에 취하다

홀을 지나면 룸 형식의 좌석이다. 패브릭 블라인드. 달빛이 직물의 틈을 비집고 들어와 자수에 몰두한 여인의 뺨을 간질이고, 사서삼경에 몰두한 선비의 입안에 도연명의 시구가 맴돌게 할만큼 풍취가 있다.

등이 낮은 소파에 눕다시피 밖을 내다보면 삭막한 서울의 밤하늘을 가로질러 쏟아지는 달빛에 불현듯 취할 것도 같다.



이런, 환상인가? 뜻밖에 밖에선 비가 내린다.
유리문을 열고 정원으로 나간다. 투둑, 투둑 유리천장 위에서 파닥대는 빗방울 소리가 심장박동소리와 리듬이 같다. 기와와 흙으로 이루어진 벽은 한옥처럼 외부와의 단절을 통해 ‘비밀’을 ‘신비’로 감싸 안는다.

의자나 테이블은 전통이나 한국적인 틀에 매이지 않고 자유롭다. 공간 전체가 흐르는 물 같다. 전통에서 현대로, 자연에서 사람으로 막힘없이 유연하게 흘러 공존의 강, 누(樓)로 모인다.

◇ 음식, 사람의 합일(合一)과 휴식

아주 오랫동안 공간 속을 유영하다보면 배가 고파진다. 다채롭다. 8종류의 파스타, 샐러드, 샌드위치, 케이크 그리고 궁중떡볶이까지. 단순히 차만 마시는 카페의 전통적인 역할이 확연히 바뀐 모습을 실감할 수 있다.



패밀리레스토랑을 거쳐 호텔 출신의 셰프가 내놓는 깊이 있는 음식이지만 정통 레스토랑처럼 무겁지 않다. 음식 역시 공간과 사람, 와인과 치우침이 없는 공동주연으로 누(樓)안에서 합일(合一)을 이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페의 이름을 무색하게 할 만큼 음식의 인기가 높다. 더불어 실상은 메인인 각종 음료와 다양한 와인 및 위스키 종류를 즐길 수 있다.

DATA 오픈일 2007.12.12
주소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91-11번지 1층
전화번호 (02)3442-1484
영업시간 11:00~02:00
주메뉴 다양한 종류의 커피 및 차 9000~1만원
(ice 1만1000원), 생과일주스 1만2000원,
파스타 1만5000~1만8000원, 샌드위치 1만2000원, 궁중떡볶이·칠리리소스 떡볶이 등 1만8000원, 샐러드 1만5000원, 케이크 5000원,
기타 와인 및 위스키 등 주류
면적 440m2(133평)
설계 김부곤
시공 아이에프인터내셔널
주요마감재 부식철판, 노출콘크리트, 우드플로링, 고재, 고기와, 무늬목, 한지, 투명강화유리

[ 도움말 : 월간 외식경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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