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몇백억원에 달하는 투자가 이뤄지다 보니,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이 중동에서 자금을 직접 조달하기엔 부담이 크죠.”
중동 및 북아프리카(MENA) 지역 진출을 노리는 기업이라면, 현지 투자사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방법을 가장 먼저 떠올리곤 한다. 그러나 막상 오일머니를 조달하고자 하면 몇백억원에서 몇조원에 이르는 단위에 진입 장벽을 느끼게 된다. 다수 업계 관계자는 투자금 단위가 국내와 확연히 달라 현지 투자사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로부터 관심을 받더라도 투자 유치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토로한다.
그렇다면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이 현지 자금을 조달할 방법은 없는 걸까. 중동 현지 관계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이들은 초기 단계 스타트업이 현지에서 자금을 조달할 방법이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한다. 초기 기업 전문 투자사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거나, 정부 주도의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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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는 2011년 자국 최초의 엔젤투자자 네트워크인 OQAL을 만들었다. OQAL은 젊은 사업가와 엔젤투자자들이 설립한 일종의 기금으로 사우디뿐 아니라 걸프협력회의(GCC) 전역에 200명 이상에 달하는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MENA 전역의 스타트업을 투자한다. 또한 사우디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유망 글로벌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현지에 유치하기 위해 사우디 투자부(MISA)와도 협력하고 있다.
이외에도 현지 정부가 주도하는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참여해 투자를 유치하고 정부 프로젝트를 따는 자금 조달 방법도 있다. 정부의 지원 아래 스타트업이 현지에 자리를 잡으면 글로벌·현지 기업, 기관 투자사를 연결해주는 식이다. 예컨대 UAE는 글로벌 스타트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아부다비 정부 산하 스타트업 허브인 ‘허브(Hub)71’을 두고 있다. 허브71은 지난 2019년 설립돼 기후기술, 딥테크, 헬스케어, 블록체인 등 산업에 해당하는 글로벌 스타트업 선발해 투자하고 사무실, 법률, 금융 서비스, 디지털 마케팅, 채용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밖에도 최근 사우디에서는 수도 리야드, 제다뿐 아니라 다양한 도시에서 개인 투자자와 패밀리 오피스 사이에 우리나라 스타트업, 중소·중견기업에 투자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움트고 있다. 일례로 법무법인 대륙아주 자회사이자 리스크 자문사인 D&A 어드바이저리(Advisory)는 사우디 메디나 상공회의소와 함께 양국의 투자 유치를 돕고 사우디 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국내 기업과 협력하기로 했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UAE가 최근 대사관을 중심으로 각종 정부기관을 한국에 초청해 각종 투자·비즈니스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며 “중동 비즈니스에 관심 많은 국내 기업과 투자사를 사우디가 아닌 UAE에 유치시키기 위해 적극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사우디는 빈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비전 2030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주요 도시뿐 아니라 다양한 도시에서도 함께 속도를 내는 모양”이라며 “최근에는 국부펀드뿐 아니라 개인 투자자들까지 나서서 유망 기술을 현지에 유치하기 위한 투자에 관심 갖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