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단위만 오일머니 아냐” 투자금 유치하는 방법은[오일 Drive]

UAE·사우디도 초기 단계 집중 전문 투자사 多
UAE, 정부 산하 기관서 액셀러레이팅 적극
사우디, 개인 투자자·패밀리 오피스 공략할만
  • 등록 2024-10-11 오전 4:59:50

    수정 2024-10-11 오전 5:21:35

[이데일리 마켓in 박소영 기자] 세계 최대 국부펀드가 즐비한 중동으로 글로벌 투자은행(IB)업계의 시선이 향하고 있습니다. ‘오일 드라이브(Drive)’는 중동 투자시장 소식을 전하는 시리즈입니다. 오일머니에 뛰어드는 글로벌 투자사들의 이야기와 석유 의존에서 벗어나 신기술 기반 투자에 집중하려는 중동 현지의 소식을 모두 다룹니다. 국내 기업의 중동 자본 투자유치 소식도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아무래도 몇백억원에 달하는 투자가 이뤄지다 보니,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이 중동에서 자금을 직접 조달하기엔 부담이 크죠.”

중동 및 북아프리카(MENA) 지역 진출을 노리는 기업이라면, 현지 투자사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방법을 가장 먼저 떠올리곤 한다. 그러나 막상 오일머니를 조달하고자 하면 몇백억원에서 몇조원에 이르는 단위에 진입 장벽을 느끼게 된다. 다수 업계 관계자는 투자금 단위가 국내와 확연히 달라 현지 투자사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로부터 관심을 받더라도 투자 유치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토로한다.

그렇다면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이 현지 자금을 조달할 방법은 없는 걸까. 중동 현지 관계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이들은 초기 단계 스타트업이 현지에서 자금을 조달할 방법이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한다. 초기 기업 전문 투자사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거나, 정부 주도의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식이다.

사우디 OQAL 홈페이지 갈무리.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 앤젤 인베스터스는 시드와 시리즈A 단계에 해당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스타트업이 이곳에 투자 신청서를 제출하면 검토 후 투자 위원회에 제출되고 과반수가 찬성하면 피치 나이트라는 투자 설명회에 초대된다. 매달 두 번째 화요일에 열리는 투자 설명회에는 투자 위원회 관계자들과 회원들이 참석해 스타트업을 평가한다. 투자 설명회에서 위원 3분의 2 이상이 투자를 찬성하면 실사 후 투자가 진행된다. 투자받는 기업은 우리나라 액셀러레이터(AC)가 제공하는 것과 유사하게 멘토링을 받고, 회사 운영 상황을 밀착 점검받게 된다.

사우디는 2011년 자국 최초의 엔젤투자자 네트워크인 OQAL을 만들었다. OQAL은 젊은 사업가와 엔젤투자자들이 설립한 일종의 기금으로 사우디뿐 아니라 걸프협력회의(GCC) 전역에 200명 이상에 달하는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MENA 전역의 스타트업을 투자한다. 또한 사우디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유망 글로벌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현지에 유치하기 위해 사우디 투자부(MISA)와도 협력하고 있다.

이외에도 현지 정부가 주도하는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참여해 투자를 유치하고 정부 프로젝트를 따는 자금 조달 방법도 있다. 정부의 지원 아래 스타트업이 현지에 자리를 잡으면 글로벌·현지 기업, 기관 투자사를 연결해주는 식이다. 예컨대 UAE는 글로벌 스타트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아부다비 정부 산하 스타트업 허브인 ‘허브(Hub)71’을 두고 있다. 허브71은 지난 2019년 설립돼 기후기술, 딥테크, 헬스케어, 블록체인 등 산업에 해당하는 글로벌 스타트업 선발해 투자하고 사무실, 법률, 금융 서비스, 디지털 마케팅, 채용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투자부, 산업첨단기술부, 농업식품안전청, 기후변화환경부 등 각종 UAE 정부 산하 기관의 지원도 두드러진다. 이들이 개최한 각종 행사에서 스타트업은 현지 정부·기업 관계자에 선보여지고, 라운드 테이블 프로그램을 통해 업계 전문가·투자자 네트워크를 얻게 된다.

이 밖에도 최근 사우디에서는 수도 리야드, 제다뿐 아니라 다양한 도시에서 개인 투자자와 패밀리 오피스 사이에 우리나라 스타트업, 중소·중견기업에 투자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움트고 있다. 일례로 법무법인 대륙아주 자회사이자 리스크 자문사인 D&A 어드바이저리(Advisory)는 사우디 메디나 상공회의소와 함께 양국의 투자 유치를 돕고 사우디 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국내 기업과 협력하기로 했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UAE가 최근 대사관을 중심으로 각종 정부기관을 한국에 초청해 각종 투자·비즈니스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며 “중동 비즈니스에 관심 많은 국내 기업과 투자사를 사우디가 아닌 UAE에 유치시키기 위해 적극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사우디는 빈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비전 2030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주요 도시뿐 아니라 다양한 도시에서도 함께 속도를 내는 모양”이라며 “최근에는 국부펀드뿐 아니라 개인 투자자들까지 나서서 유망 기술을 현지에 유치하기 위한 투자에 관심 갖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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