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극’이라고 표현하며 “어떻게 멈출지 생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푸틴이 내놓은 가장 ‘비둘기’적 발언이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인도 주재로 열린 화상 G20 정상회의 연설에서 “군사 행동은 항상 개인과 가족, 국가 전체에 비극”이라며 “우리는 이 비극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내놓은 가장 유화적인 메시지다. 그간 푸틴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미국 및 서방국의 책임을 묻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이날은 오히려 전쟁을 멈춰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발언을 한 것이다. 크렘링군은 그간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특별군사작전’이라고 표현했는데, 이날 푸틴은 ‘전쟁’이라는 용어도 사용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그는 “이 전쟁과 사람들의 죽음은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한다”고 했다.
물론 푸틴 대통령은 전쟁이 끝나지 않는 것은 우크라이나 탓이라고 책임을 돌렸다. 그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평화 회담을 거절한 적이 없다”며 우크라이나가 협상을 공개적으로 거부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 세계 경제가 겪는 문제는 ‘일부 국가’의 잘못된 거시 경제 정책의 결과라면서 “우크라이나에서 정의를 이루려는 러시아의 시도와는 관계가 없다”며 서방에 책임을 돌렸다. 또 “미국의 행동으로 기준금리가 인상되고 가장 가난한 나라들이 최대 피해를 보고 있다”며 “국제 경제 협력 정신과 글로벌 경제 거버넌스 시스템을 되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