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달 31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의 일본주식 매수금액은 1조3410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6831억원)보다 96% 높은 수준이다. 올 들어 엔저가 수출주 위주의 일본 증시를 끌어올리며 일학개미 투자자금이 대거 일본으로 향한 셈이다. 이번에 일본은행이 수익률곡선제어(YCC) 정책을 유연하게 운영하겠다고 밝히면서, 앞으로는 엔화값이 서서히 강세로 전환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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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강세 수혜 업종으로는 은행주가 꼽힌다. 벌써부터 일본 3대 금융그룹 주가도 기지개를 펴는 모습이다. 도쿄증권거래소에서 미즈호파이낸셜그룹 주가는 YCC 수정을 발표한 지난달 28일 이후 사흘간 5.41% 올랐다. 같은 기간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과 미쓰이스미모토파이낸셜그룹도 각각 2.86%, 1.24% 상승했다.
사실상 금리 인상 효과에 일본 은행주가 엔화 강세 국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변종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정책 정상화에 대한 기대와 금리 상승을 바탕으로 사업 수익성이 개선되는 은행주에 매수세가 유입됐다”고 평가했다.
엔화 강세에도 흔들림 없는 실적을 기대할 수 있는 반도체주 전망도 긍정적이다. 실제 기술주 위주의 미국 나스닥과 일본 증시 흐름은 3월 이후 강하게 결부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역대급 엔저에 기대지 않고서도 성장 가능성을 입증하는 업종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엔화 반등 베팅하는 ETF도…시총 5배 껑충
엔화 강세 자체만으로도 환차익을 노릴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도 국내 상장돼 있다. 일례로 엔화 반등에 베팅하는 ‘TIGER 일본엔선물’이 있다. 실제 엔화 강세를 예측하는 투자자들 자금도 몰리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TIGER 일본엔선물 ETF 시가총액은 올해 초 169억7400만원에서 지난달 31일 989억5200만원으로 5배 가까이 급등했다.
일본 주요 반도체 기업에 투자하는 ‘글로벌X재팬 세미컨덕터’ ETF는 올 들어 46% 급등했다. 일본 로봇과 AI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글로벌X재팬 로보틱스&AI’ ETF도 같은 기간 18% 수익률을 보였다.
시장은 엔화 강세 속도에는 이견이 있지만, 엔화 강세 방향에는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 “YCC 수정은 엔화 분명한 강세 요인”이라며 “사실상 이번 조치는 일본은행의 정상화이며 핵심은 정상화가 시작됐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3분기 말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상 중단되고, 글로벌 제조업 경기가 반등하며, 약달러 추세가 이어지는 등 대외환경도 엔화 강세에 힘을 싣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이번 정책 수정은 금리 상승을 어느 정도 허용해 채권 시장의 개선을 도모하려는 시도”라며 “이번 조치를 통해 일본의 장기금리는 완만한 상승이 예상되며 엔화도 강세를 보일 전망”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