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세 상태에서는 집주인이 새로운 세입자의 전세보증금만으로는 기존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 따라서 집주인은 자기 돈을 내놓거나 어딘가에서 모자라는 돈을 구해 와야 한다. 서울 지역 아파트만 한정해 보더라도 집주인 1인당 평균 1억1000여만원의 현금을 추가로 마련해야 할 것이라는 게 전문기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그럴 여력이 없는 집주인이 적지 않기 때문에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해 피해를 입는 세입자가 속출하게 되고, 전세보증금 반환을 둘러싼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이 급증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역전세는 사인간의 거래라는 점에서 원론적으로 공권력이 개입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의 역전세 사태는 문재인 정부 시절의 졸속 임대차 3법이 초래한 부작용 측면이 다분한 데다 최근의 매매가·전세가 동반 하락이 겹친 탓에 파장이 결코 작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 전셋값 하락분을 단순 추계해도 3조 1100억원의 추가 자금이 보증금 반환에 필요하다. 수백만명의 국민이 위험권에 속한다는 점에서 정부와 국회가 선제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될 위급 사안이다. 전세보증금 반환용 자금에 대해 대출규제를 완화하는 등 치밀한 대책을 정부는 늦지 않게 내놔야 한다. 선제 대응의 골든 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