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에 엮여 ‘홍역’…기관투자자도 금융사도 기피 확산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증권금융 등 국내 일부 기관투자자들은 올해 리스크 대응 계획에 민관 공동개발건 투자 금지 원칙을 세웠다. ‘성남 대장동’, ‘위례 신도시’ 등 민관 공동 개발 사업이 비리 의혹을 받으며 줄줄이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 향후에도 민관 공동 개발사업건은 정치권 지형 변화에 따라 언제든 수사물망에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결정이라는 평가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일부 기관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아예 민관 공동 개발 사업 건은 제안하지 말라고 했다”며 “정치 리스크에 얽혀서 괜히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 기관투자자 관계자는 “다른 투자사업 참여로도 얼마든 비슷한, 혹은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데 요즘 같은 환경에서 굳이 리스크를 감수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권교체 이후 대장동 관련 수사가 광범위하게 확장되면서 사업에 참여했던 증권사들도 수사 협조에 몸살을 앓았다. 대장동 자금 유동화에 참여했던 현대차증권 등 일부 증권사는 당분간 민관 공동 개발 건을 맡지 않으려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수사가 확장되면서 대장동 자금조달 중간책을 맡아서 현장 실사 및 사업 검토를 담당했던 사업부가 두려움에 떨었다”며 “그 이후론 실장들 선에서도 (민관 공동 건은) 그다지 반기지 않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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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등 민관 개발 관련 문제가 공론화된 이후 관련 법이 개정되면서 사업 여건이 악화된 점도 투자심리 악화에 한몫 하고 있다. 지난해 6월에 민관 공동 시행 방식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도시개발법이 개정·시행된 이래 민간 투자자 참여 유인이 크게 줄어든 상태다. 최근 민관 공동사업 추진 여건이 악화되면서 기존 사업 추진이 전면 개편되고, 사업자가 해산되는 사례도 나왔다. 대구시는 지난달 1조8000억원 규모 서대구역세권 사업의 개발 방식을 민관 공동에서 공공주도로 전환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1차 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던 한국투자증권 컨소시엄도 해산 절차를 밟게 됐다.
이밖에도 ‘천안역전 지구 도시개발사업’을 비롯해 민관 공동개발사업 중에서 출자자 협의 지연 문제 등으로 사업 추진이 늦어지고 있는 곳들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고금리 문제도 있고, 전반적으로 개발사업 환경이 악화된 것도 있지만 민관 개발 건은 법 개정 타격이 크다”며 “민간 참여자의 이윤을 제한해버리는 방식으로 가면서 시장 참여 의욕이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먹거리 건질 게 없는데, 지자체 사업 적자 문제나 정치 리스크고 고려해야 한다면 선뜻 나설 곳이 없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