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977.65로 출발한 코스피지수가 2236.40까지 내려앉으며 연간 24.89% 하락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물결에 기업들의 실적 부진 가능성이 커지며 코스피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하반기부터는 미국의 금리 인상 이슈가 가라앉으며 코스피도 조금씩 상승 곡선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다.
상저하고 흐름…‘2630선까지는 오른다’
1일 이데일리가 국내 10대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2023년 증시 전망을 집계한 결과 코스피는 ‘상저하고’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됐다. 최저점은 평균 2060선, 최고점은 평균 2630선으로 전망됐다. 단 두 명의 센터장이 최고점으로 2700선을 제시했지만, 3000선을 돌파할 것이라 보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올해 상반기는 경기침체 리스크가 좀 더 부각될 수 있다고 판단하는데, 다만 이 경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긴축이 일단락되며 하반기는 경기 저점의 통과와 연준 긴축의 정점 통과 기대감이 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1분기는 경기 악화에 따른 물가 안정이 통화정책의 완화로 이어지면서 증시가 저점을 확인하는 분위기로 전개될 것”이라며 “2분기 기업 실적이 바닥을 찍고 하반기부터 추세적 상승이 전개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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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가장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는 올해와 같이 금리가 될 것”이라며 “고금리로 인한 기업들의 자금 조달 부담을 비롯해 가계의 소비 여력 둔화 등의 광범위한 영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상 국면이 이어지는 만큼 단기자금시장 경색도 지켜봐야 한다. 레고랜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부동산 등 부채 문제가 진정되는지 여부와 자금시장 정상화가 얼마나 빠르게 진행되는지 여부가 올해 국내 주식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줄 변수”라고 지적했다.
고꾸라지는 실적에도…‘하반기 반등’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융위기 이후 한국 주식시장 지수 레벨업은 이익 증가에서 나온 만큼 이익이 뒷받침되지 않은 ‘저가 매수’ 위주의 반등세는 오래 지속하지 못한다”라고 우려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경제체력이 약해진 가운데 높은 금리가 유지되면서 한계기업이 다수 출몰할 수 있다”면서 “과거 한국의 위기처럼 기업들의 연쇄 도산은 시장 전반을 흔들릴 수 있는 요인이므로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하반기부터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둔화하고 기업들의 실적도 개선세를 보일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특히 코스피를 이끄는 주요 축인 반도체 업황이 수요 부진에서 벗어나 반등을 시작하며 주식시장의 상승세를 이끌 것이란 전망이다.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하반기 경기선행지수 등 지표는 반등하는 가운데 실적의 바닥을 확인하면서 주가는 상승세를 그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