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에게 올해 국내 자본시장은 여러모로 투자하기 유리한 환경이다. 자금으로는 국내 운용사에 밀리지 않을뿐더러 달러 강세로 누릴 수 있는 환율 디스카운트도 무시할 수 없어서다.
이전에 없던 환경이 조성됐다는 평가도 잠시, 일각에서는 마냥 그렇지만도 않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유는 더 유리한 조건을 얻어내기 위해 장기전으로 가져가는 협상 전략에다 국내 운용사와 견줘 유난히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의사 결정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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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PE) 컨소시엄으로부터 6953억원을 조달한 SK온 프리IPO가 대표적인 사례다. 5일 자본시장에 따르면 SK온 프리IPO는 당초 글로벌 PEF 운용사 중심으로 투자를 논의하고 있었다. 그러나 세부 조율을 놓고 협상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포트폴리오에 대한 투자 판단도 판단이지만, 글로벌 투자자들이 노린 포인트는 다른 게 없다. 자금 유치에 나선 SK온을 느긋한 모습으로 압박한다면 더 유리한 조건이 더해지지 않을까 하는 협상 전략이었다.
최근 MBK파트너스를 새 우선협상대상자(우협)로 선정한 3D구강스캐너 업체인 메디트 인수전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 당초 미국계 PEF 운용사인 칼라일과 GS(078930) 컨소시엄이 우협에 선정됐지만, 이들 컨소시엄이 우협 지위를 내려놓으면서 새 국면을 맞았다.
시장에서는 매각가 이슈가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러 의미를 내포하는 공시에서 GS-칼라일 컨소시엄이 협상 지속 의지를 시사한 점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여타 후보들의 움직임을 보고 최종 가격대를 재설정하겠다는 의지가 깔려있다. GS-칼라일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내려놓으면서까지 시장 분위기를 좀 더 보겠다고 한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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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안팎에서는 글로벌 PEF 운용사 특유의 느린 의사 결정 이야기도 나온다. 촌각을 다투는 인수전에서 해외 헤드쿼터(본부)로부터의 재가를 위해 감내해야 하는 시간이 인수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실제로 글로벌 PEF 운용사들은 국내에 사무소를 두고 국내 투자에 적잖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계약 체결부터 가격 제안까지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국내 사무소는 많지 않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으로 범위를 넓혀보면 국내 사무소는 글로벌 PEF 운용사들이 사무소를 두고 있는 여러 곳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며 “수천억, 수조원짜리 기업 인수를 두고 (국내 사무소에) 독자적인 권한을 준다는 게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글로벌 PEF 운용사들이 여러 우호 조건 속에서도 국내 투자에 적극 나서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다. 관심은 연말 M&A 시장에서 글로벌 PEF 운용사들이 의사결정에 변화 줄 것이냐에 쏠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실무를 진행하는 국내 사무소에 결정권을 실어주는 분위기로 변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며 “일부 운용사처럼 아시아 투자 전권을 담당하는 보직을 세부적으로 둔다거나 한다면 속도 문제는 어느정도 해소할 수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