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지난해 9월, 독일을 16년간 이끌어온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퇴임했다. 그는 독일 정계에서 가장 막강한 자리를 자발적으로 내려놓은 유일한 정치인으로 기록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초의 여성 총리’ ‘최초의 동독 출신 총리’ ‘최연소 독일 총리’ 등의 수식어가 여전히 그를 따라다닌다. 메르켈이 새로운 지도자의 모습을 제시한 상징적 인물이라는데 이견은 없다.
다만 총리 집권 기간에 대한 다각적이고 심층적인 평가는 필요하다. 독일 내에서도 메르켈에 대한 평가가 양분된다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독일인들은 대체적으로 메르켈을 이데올로기나 세계관, 원칙에 구애받지 않은 실용주의자로 칭송한다. 동시에 어떤 이데올로기나 세계관, 원칙 없이 오직 총리가 되는 것만을 유일한 목표로 삼았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특별함이 없는 것 자체가 특별한 정치인’이라는 말이야말로 메르켈에 대한 평가를 가장 잘 보여준다는 의견도 있다.
‘앙겔라 메르켈’에서 저널리스트 출신 저자는 메르켈의 어린 시절부터 정치 초년병을 거쳐 네 번의 재임 기간까지 시간을 아우르며 한 정치인의 초상을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관점에서 풀어낸다. 메르켈을 정확하게 바라보며 그의 정치 철학을 올바르게 분석하는데 방점을 두고 있다. 특히 메르켈의 냉정한 판단력이 빛났다는 위기의 순간을 집중적으로 파고든다. 2008년 금융 위기, 2010년 그리스 재정 위기 등에서 메르켈이 내린 결정이 정말 옳았는지를 날카롭게 살펴본다.
왜 우리가 퇴임한 독일 총리를 다시 바라봐야 하는 것일까. 여러 가지 평가가 공존하지만, 메르켈이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정치인’이라는 명예로운 타이틀까지 거머쥔 것은 사실이다. 무엇보다 메르켈은 퇴임 직전까지도 지지율이 70%를 넘었다. 정치인의 리더십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 지금 한국사회에도 많은 점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