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절벽에도…집 늘리는 다주택자 되레 늘었다

집합건물다소유지수, 8월 16.20…석 달째 상승
다주택자 세부담 완화 기대감…매수 되레 늘어
"서울 변두리·지방 저가 아파트 투자 수요 증가"
  • 등록 2022-09-19 오전 3:00:00

    수정 2022-09-19 오전 6:39:10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금리 인상, 대출 규제 등으로 거래절벽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다주택자 비율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와 종합부동산세 중과세 폐지 예고 등 세 부담 완화 기대에 주택을 추가 매수하는 다주택자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거래절벽으로 ‘초급급매’가 늘어나자 보유 주택을 정리하는 대신 다주택자 지위를 유지하는 상황도 점차 늘고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18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집합건물 다소유지수’는 16.20으로 전월(16.17)보다 0.03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8월 수준으로 올라섰다. 지난해 1월 16.49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였던 집합건물 다소유지수는 지난 3·4월 16.15를 기록한 이후 5월 16.14, 6월 16.16, 7월 16.17로 3개월째 오르고 있다.

‘집합건물 다소유지수’는 아파트·다세대·오피스텔 등 집합건물을 두 채 이상 소유한 사람의 비율을 의미한다.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등으로 거래절벽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집을 여러 채 소유한 사람의 비율은 오히려 늘었다는 뜻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 종합부동산세 중과세 폐지 예고, 공시가 3억원 이하 지방 주택 종부세 산정제외 등으로 세 부담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하면서 다주택자의 보유 비율도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지난 5월10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1년간 한시적으로 유예키로 했다.

여기에 내년부터 종부세 과세 기준을 주택 수에서 가액으로 바꾸기로 하면서 세 부담이 크게 줄자 다주택자의 매물 처분 압박도 완화했다. 다만 종부세 개편안은 야당이 반대하고 있어 국회 협의가 제대로 이뤄질지 관건이지만 감세정책을 추진하는 만큼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심리가 확산한 것으로 보인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특히 최근에는 거래절벽이 이어지면서 주택을 팔기로 한 다주택자들의 매물도 시장에서 소화되지 않고 있다. 실제로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8월 부동산시장 소비 심리지수는 89.4로 전달(93.6)보다 4.2포인트 줄었다. 2019년 4월(87.7) 이후 4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내놓은 집도 팔리지 않는데다 수억씩 하락한 초급매 물건이 나오자 이자 부담 없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도 나타나고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다주택자 중에는 세금 부담 때문에 팔겠다는 사람도 있지만 집값 하락 시기에 갭투자로 집을 추가로 사두려는 사람도 있다”며 “여전히 부동산이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장기적으로 우상향할 것으로 보는 심리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완화뿐만 아니라 규제 완화도 예고돼 있기 때문에 4억~6억원 이하 서울 변두리 소형 아파트를 갭투자로 사는 경우가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지해 부동산R114연구원은 “3억원 이하 지방 주택은 종부세 산정 시 주택 수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투자 수요가 늘었다”며 “자금 여력이 있는 다주택자가 투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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