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엔지켐생명과학(183490)은 지난해 11월 25일 인도 자이더스그룹 카딜라 헬스케어와 코로나19 백신 자이코브디 생산계약을 체결했다. 자이더스가 DNA 백신 제조 기술을 엔지켐생명과학에 이전하고, 엔지켐생명과학은 한국에서 백신을 제조해 동남아시아 및 라틴아메리카 등에 수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계약이다. 회사는 한국을 포함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 브루나이, 아르헨티나 등 8개국 독점 판매권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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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685억원 규모 유상증자까지 발행해 CDMO 사업에 뛰어든 엔지켐 생명과학은 사업 성공을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판권을 확보한 국가에서 판매허가 획득시 판매량과 관계없이 매년 2000만 달러(약 236억원)에 달하는 로열티를 지급해야 한다.
이와 관련 업계는 자칫 엔지켐생명과학에게 굉장히 불리할 수 있는 의아한 계약 형태라고 입을 모은다. 백신업계 한 관계자는 “다른 부분을 고려치 않더라도 이번 계약은 통상적인 개념의 계약은 아닌것 같다. 판매량과 관계없이 2000만 달러의 로열티를 매년 지급한다는 것은 굉장히 이상한 계약”이라며 “보통 실질적으로 수익이 발생했을때 그 수익을 일정 비율로 나누는 방식이 일반적인 계약 형태”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자신감이 계약 내용으로 이어진 사례로 보인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계약 내용을 들여다보면 백신 판매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고정 로열티를 지급하고도 충분한 수익을 거둘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엔지켐생명과학은 증권신고서를 통해 올해 8000만 도즈를 생산해 7552억원의 매출액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자이더스 위탁개발생산에 소요되는 비용은 6522억원으로 추정, 최종적으로 1030억원의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판매허가 시점도 관건
백신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알수 없지만 통상적으로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불리한 계약을 하지 않는다”며 “8개국 모두 허가를 받는 시점을 로열티 지급 시점으로 했다면 기술을 도입한 기업에게 유리한 계약이다. 하지만 그런 계약이 체결된 사례도 없고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기술이전 계약 업무에 정통한 업계 전문가도 “기술이전 계약은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면서도 “판권을 보유한 모든 국가에서 판매허가를 받았을때 로열티를 지급하는 조건은 생각하기 어렵다. 다만 여러 국가중 시장 규모가 가장 큰 국가에서 판매허가를 받았을 경우 등의 계약 형태는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여러 지적에 대해 수출목표 달성과 로열티로 인한 손실을 입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회사 관계자는 “백신 판매가 저조할 경우에 로열티 지급 비용이 고정비로 발생될 수 있는 위험요소가 있다“며 ”제품등록 및 판매허가와 수출계약 체결 시점 및 공급량 등을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가 손실을 입지 않고 충분히 수익을 확보할 수 있도록 백신사업 프로세스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는 자이코브디가 세계 백신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백신업계 관계자는 “DNA 백신은 코로나 펜데믹 상황에서도 신뢰받지 못했다. 검증이 안 됐기 때문”이라며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한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지만, DNA 백신에 대한 세계 시장의 신뢰도 문제와 엔데믹 상황에서 mRNA 백신 등 코로나 백신 물량이 넘쳐난다는 점은 DNA 백신 수요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