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음식료품 가격이 들썩이면서 가격전가력이 높은 종목에 대한 실적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예상보다 장기화될 경우 곡물값 불확실성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이 따른다. 투자 측면에서는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기업을 중심으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단 의견이다.
|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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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일 코스피 음식료품 지수는 연초 이후 변동률이 -4.13%를 기록했고, 코스피(-10.62%)를 웃돌았다. 같은 날 에프앤가이드 집계 기준 추정 기관수 3곳 이상인 음식료 기업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 최근 1개월 상승률이 높은 곳은
CJ프레시웨이(051500)(21.5%),
하이트진로(000080)(5.3%),
롯데칠성(005300)(2.3%),
SPC삼립(005610)(1.5%) 순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 2월 세계식량가격지수(FFPI)는 140.7를 기록했다. 1996년 집계 이래 역대 최고치다. 특히 곡물 가격지수는 3.0% 올랐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 밀 수출량의 29%를 책임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 상황이 주로 반영돼 전쟁 장기화 시 지수는 더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국제 곡물가격은 수급 변동성 확대 속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증권가는 수요 측면에서 △팬데믹 이후 경기회복 △유가 상승에 따른 바이오 연료 생산 증가 등을, 공급 측면에서는 △라니냐 현상에 따른 남미 등 주요 생산국 작황 부진 △해상운임과 연료비·비료·인건비 상승 △중동지역 지정학적 리스크와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을 요인으로 꼽았다.
국제 곡물가격과 국내 음식료 기업의 투입단가는 6개월~1년의 시간차가 있다. 올해 음식료업 스프레드 확대 시점은 다소 이연될 수 있지만, 향후에도 가격 협상력을 높여갈 기업이 주목된다. 음식료 업종의 ‘가격인상’은 중요한 실적 촉매이기도 하지만, 소비자 저항을 겪을 수 있고 물가 안정화 정책 압박도 있어 생산량(Q)이 실적 차별화 요인으로 꼽힌다. Q 동력은 해외·수출 성장과 점유율 증가가 제시됐다.
아울러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도 주요 투자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키움증권은 올해 음식료 중 주류시장 유흥채널과 외식업 성장을 예상하며,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기업으로 △식자재유통 중 CJ프레시웨이, 신세계푸드 △점유율 차별화가 기대되는 주류 중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 △휴게소·컨세션 부문에서 SPC삼립, 풀무원을 꼽았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당시 소맥, 옥수수 가격 급등폭은 사태 마무리 후 연말까지 상승분을 대체로 반납했지만, 현재 러시아에 대한 제재 강도가 높고 사태가 심화되고 있어 곡물가 안정화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소재 업체는 대체로 최소 3개월에서 6개월 분량을 확보하고 있지만, 이 같은 곡물가 상승 추세가 지속되면 올 하반기부터 음식료 업종 전반의 원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봤다.
한유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외 국가에서 생산 면적을 확대해 공급 부족 우려를 해소한다면 낙관적일 수 있지만, 사태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현 시점에선 곡물 시장의 역대급 불확실성은 부담 요인”이라며 “음식료 업종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 최선호주는 롯데칠성만을 유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