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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2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05조9373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달 말(707조6895억원)보다 1조7522억원(-0.25%) 줄어든 수치다.
특히 가계대출은 지난달 1조3634억원 줄어든 데 이어 2개월째 감소해 눈길을 끈다. 가계대출이 두달 연속 감소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5대 은행 수치를 합산한 과거 통계자료는 파악하기 어렵지만, 한국은행이 예금은행 전체를 대상으로 합산한 자료를 보면 2개월 연속 감소세는 2013년 1~2월 이후 처음 감지되는 것이다.
특히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뜻) 투자와 빚투(빚내서 투자)를 견인했던 신용대출은 석달 연속 줄어들었다. 지난달 말 신용대출 잔액은 135조8575억원으로 한달새 1조1846억원(-0.8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초 135조원 정도였던 신용대출 잔액은 같은해 11월 141조1338억원까지 급증했지만, 작년 12월과 올해 1~2월(139조5572억원→137조421억원→135조8575억원)을 거치며 1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상황이 이렇자 금리상승기를 맞아 본격적인 디레버리징 시대의 서막이 열린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지속적인 금리상승에 국제정세도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 등 자산시장 전반이 부진하자 가계가 차입을 축소하거나 상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다시 자산시장의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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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5대 시중은행의 적금 잔액은 34조7992억원으로 2500억원 늘어났다. 최근 보기 힘든 증가세다. 특히 2월에는 통상 적금 잔액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 통상 적금은 1~2월경 신규가입과 상환이 동시에 나타나는데, 2월에는 특히 만기이연 효과로 인해 상환이 많다. 1년 전 1월에 가입한 가입자들이 1년간의 가입기간 동안 어떤 사정으로 인해 적금 납입을 연기하게 되고 이에 2월에 만기가 다가오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2월에는 적금 잔액이 전월비 4조932억원(-10.07%) 급감했다.
한편, 디레버리징 여력이 없어 오히려 대출을 늘린 경우도 있었다. 금융시장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극대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자영업자가 이용하는 개인사업자대출(소호대출) 잔액은 지난달 303조5166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달에 비해 2조1097억원(+0.70%) 늘어난 수치다. 이 정도 증가세는 지난해 9월(+2조7341억원) 이후 가장 가파른 것이기도 하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최근 금리가 상승한 데다 자산시장 상황도 여의치 않으면서 가계가 서둘러 대출을 상환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신 예적금 등 금리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늘어나면서 지난달에는 적금 잔액이 평소 대비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