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레버리징 서막인가…가계대출 2개월 연속 줄었다

5대 시중은행 2월 계수자료 합산해보니
영끌 견인했던 신용대출 3개월 연속 감소
주담대·집단대출도 일제히 감소 전환
가계 관심 적금으로…청년희망적금 영향도
자영업자는 ‘울며 대출하기’…나홀로 증가
  • 등록 2022-03-03 오전 5:00:00

    수정 2022-03-03 오전 5:00:00

[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유동성 파티가 끝나고 디레버리징 시대가 도래하는 걸까. 지난달 주요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2개월 연속 줄어들면서 이 같은 분석이 조심스레 나온다. 특히 ‘영끌’과 ‘빚투’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신용대출이 3개월 연속 줄어들고, 고고하게 늘어가던 주택담보대출까지 줄어들면서 스산한 분위기가 감돈다.

서울의 한 은행지점 대출 창구. (사진=연합뉴스)
신용대출 3개월째 감소…디레버리징 서막인가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2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05조9373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달 말(707조6895억원)보다 1조7522억원(-0.25%) 줄어든 수치다.

특히 가계대출은 지난달 1조3634억원 줄어든 데 이어 2개월째 감소해 눈길을 끈다. 가계대출이 두달 연속 감소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5대 은행 수치를 합산한 과거 통계자료는 파악하기 어렵지만, 한국은행이 예금은행 전체를 대상으로 합산한 자료를 보면 2개월 연속 감소세는 2013년 1~2월 이후 처음 감지되는 것이다.

특히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뜻) 투자와 빚투(빚내서 투자)를 견인했던 신용대출은 석달 연속 줄어들었다. 지난달 말 신용대출 잔액은 135조8575억원으로 한달새 1조1846억원(-0.8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초 135조원 정도였던 신용대출 잔액은 같은해 11월 141조1338억원까지 급증했지만, 작년 12월과 올해 1~2월(139조5572억원→137조421억원→135조8575억원)을 거치며 1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신용대출이 줄어드는 와중에도 나홀로 증가세를 유지하던 주담대와 집단대출도 일제히 줄어들었다. 지난달 주담대(집단대출 포함)는 537조8561억원으로 전달 대비 3757억원(-0.0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집단대출을 제외한 주담대(380조7059억원)가 3268억원 줄었고, 집단대출(157조1503억원) 역시 488억원 감소했다.

상황이 이렇자 금리상승기를 맞아 본격적인 디레버리징 시대의 서막이 열린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지속적인 금리상승에 국제정세도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 등 자산시장 전반이 부진하자 가계가 차입을 축소하거나 상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다시 자산시장의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자료=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합산)
적금에 ‘관심’…자영업자는 ‘울며 대출하기’

자산시장에서 떠난 가계의 관심은 적금으로 몰렸다. 0.01%포인트라도 이자를 더 받겠다는 가게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특히 지난달 말에는 최대 연 10%대 효과를 볼 수 있는 청년희망적금이 초흥행몰이를 하면서 적금잔액이 늘어난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5대 시중은행의 적금 잔액은 34조7992억원으로 2500억원 늘어났다. 최근 보기 힘든 증가세다. 특히 2월에는 통상 적금 잔액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 통상 적금은 1~2월경 신규가입과 상환이 동시에 나타나는데, 2월에는 특히 만기이연 효과로 인해 상환이 많다. 1년 전 1월에 가입한 가입자들이 1년간의 가입기간 동안 어떤 사정으로 인해 적금 납입을 연기하게 되고 이에 2월에 만기가 다가오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2월에는 적금 잔액이 전월비 4조932억원(-10.07%) 급감했다.

한편, 디레버리징 여력이 없어 오히려 대출을 늘린 경우도 있었다. 금융시장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극대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자영업자가 이용하는 개인사업자대출(소호대출) 잔액은 지난달 303조5166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달에 비해 2조1097억원(+0.70%) 늘어난 수치다. 이 정도 증가세는 지난해 9월(+2조7341억원) 이후 가장 가파른 것이기도 하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최근 금리가 상승한 데다 자산시장 상황도 여의치 않으면서 가계가 서둘러 대출을 상환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신 예적금 등 금리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늘어나면서 지난달에는 적금 잔액이 평소 대비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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