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불균형·빚 증가에 고강도 경고음…한은, 금리인상 강력 시사

한국은행,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 발간
3분기 명목GDP 5.0% 성장할 때 민간신용 9.6% 늘어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 174.1%, 역대 최고
인플레이션 최악의 경우 4.6%로 오를 수도
주요국 통화 긴축 가속화 우려… 금융시장 고삐 죄야
1700조 주택금융, 금리 인상만으론 역부족…"주택공급 ...
  • 등록 2021-12-24 오전 12:07:00

    수정 2021-12-24 오전 8:03:33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한국은행이 빚투(빚을 내 투자)로 쌓은 자산가격 거품 해소를 위한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강력 시사했다. 금융 불균형 정도를 보여주는 금융취약성지수(FVI)가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인 데다 인플레이션 위험, 주요국의 통화 긴축 속도 가속화 가능성을 고려해 안전밸트를 단단히 맬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금리를 인상하고 금융당국이 대출규제를 강화한다고 해도 전세자금대출 등 주택 관련 대출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로 주택 공급 부족, 공적보증 증가를 꼽았다. 주택 공급 확대, 공적보증 조정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경제·소득 5% 성장하는데 빚 두 배 늘어…금리 더 올려야

한은이 23일 공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 기업 등 민간신용 규모는 9월 말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2.2배, 219.9%에 달했다. 1년 전보다 9.4%포인트 상승했다. 명목 GDP가 5.0% 성장할 때 민간신용은 9.6%나 급증한 것이다. 작년 4분기 17.5%포인트 오른 이후 계속해서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지만 빚투에 의한 자산가격 거품 위험은 여전하단 게 한은의 분석이다.

(출처: 한국은행)


금융취약성지수는 9월 말 56.4로 6월 말(59.2)보다 하락하며 개선세를 보였지만 2010년 이후 장기평균 31.3보다 25.1포인트나 높은 수준이다. 특히 지수를 구성하는 자산가격 총지수 내 부동산 부문은 100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은이 5월부터 금리 인상 시그널을 주고 8월, 11월 두 차례 금리를 올리는 과정에서 채권, 주식 가격지수는 각각 60.7, 50.7로 전분기(62.3, 54.0)보다 하락했지만 유독 부동산만은 꺾이지 않았다.

주택 가격 상승과 주택 매매·전세를 위한 대출금이 증가하면서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월말 174.1%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6개 분기 연속 최고치 경신이다. 처분가능소득은 4.6% 증가했는데 가계부채는 두 배 빠른 9.7% 늘어났다.

빚투로 인한 자산거품 위험이 커진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위험 또한 커지고 있다. 한은이 향후 1년간 예상 인플레이션 확률 분포를 추정한 결과 10% 확률로 내년 3분기 물가상승률이 4.6%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인플레이션 위험이 커지면서 주요국 통화정책 긴축 속도가 빨라지면서 시장금리가 상승,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자 부담 급증, 연체율 상승, 채무불이행, 소비 감소 등의 악순환이 나타나기 전에 가계대출 증가세 억제 정책을 일관되게 펼쳐야 한다고 한은은 주장했다.

GDP의 83% 차지하는 주택금융, 한은 혼자 해결 못한다

대출 규제 속에서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잘 꺾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주택금융이 거론된다. 금융기관 및 공적보증기관의 가계 주택 여신, 부동산 관련 기업에 대한 여신, 주택 관련 금융투자상품의 합계액을 추정한 결과 9월 말 1667조1000억원에 달했다. 명목 GDP의 82.5% 수준이다. 이 중 가계부문이 1048조4000억원으로 전체의 62.9%에 달했다. 기업과 금융투자상품부문은 각각 418조1000억원, 200조6000억원으로 조사됐다.

(출처: 한국은행)


한은은 주택 관련 자금으로 돈이 들어가는 주요 원인을 주택 공급 부족 탓으로 봤다. 작년 실제 가구 수는 2090만호로 집계돼 추계치(2030만호)보다 60만호 더 많았다. 특히 20~30대 1인 가구의 추계치와 실제 가구수 차이가 4만호로 크게 벌어졌다. 수도권 유입인구도 2017년 이후 4년 연속 증가했는데 2017년엔 1만6000명이 순유입됐다면 2020년엔 8만8000명으로 순유입 규모가 증가했다. 그러니 주택 수요 급증이 대출 등 자금을 끌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전세자금대출은 주로 주택금융공사가 보증을 서기 때문에 은행은 리스크에서 자유로운데 이러한 공적보증의 확대도 문제로 지적됐다. 올 하반기 주택금융은 85조6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이중 63%인 54조원이 공적 보증기관이 리스크를 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가계대출 증가 억제가 단순히 금리 인상, 대출 규제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을 시사한다. 실제로 주택담보대출은 9월 6조7000억원, 10월 5조2000억원, 11월 3조9000억원 증가로 증가세가 둔화됐긴 했지만 강력한 규제에 비해 그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한은은 “주택 실거주 수요에 부합하는 일관성 있는 공급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고 정부의 공적보증 역시 금융안정을 저해하지 않도록 공급 규모, 지원대상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세자금대출이 임대인의 유동성 공급 채널로 기능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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