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제품이 쌓이면 쌓일수록 가치가 뛰는 업계’가 자본시장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웹툰이나 웹소설, 음원 등의 콘텐츠를 아우르는 IP(지적재산권) 산업이 대표적이다. 올해 자본시장에서 M&A(인수합병)이나 그로스캐피탈(성장형 투자) 사례를 찾아보더라도 시장 참여자들의 IP 기반 사업 러브콜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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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일수록 가치 뛰는 IP 사업자 투자 ‘눈길’
국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운용사인 프랙시스캐피탈은 지난 13일 음악 권리 전문 투자사인 ‘비욘드뮤직’에 총 2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연내 1000억원을 투자하고 이듬해인 내년에 1000억원을 추가 투자하는 구조를 짰다.
비욘드뮤직은 음원 저작권에 대한 투자나 인수, 매니지먼트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다. 현재 약 700억원 규모의 음원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다. 수익 모델은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이나 드라마, 게임 등에 자사 음원이 활용되도록 마케팅하고 사용에 따른 저작권료를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추구한다. 확보한 음원이 늘어날수록 회사 수익이 더 늘어나는 구조인 셈이다.
지난 3월 JTBC 스튜디오에 3000억원을 투자하며 콘텐츠·IP 투자에 남다른 관심을 드러냈던 프랙시스캐피탈은 비욘드뮤직의 성공을 예견하고 있다. 투자 전략은 간단하다. 시대를 풍미한 명곡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는 계속될 것이라는 게 포인트다. 수요가 높은 음원 IP가 많아질수록 기업 가치가 뛸 것이라는 확신이 투자로 이어졌다.
웹툰이나 웹소설 업계에도 투자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국내 IT 사업자 양대산맥인 네이버(035420)와 카카오(035720)가 웹툰·웹소설 기반 사업자를 잇달아 흡수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네이버가 지난 5월 북미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7100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국내 웹소설 플랫폼인 문피아 지분 56.26%를 1700억원 가까운 금액에 인수하며 경영권을 꿰찼다. 이에 질세라 카카오도 웹툰 스타트업인 타파스와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를 차례로 인수하며 1조원 가까운 자금을 베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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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난달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한 뒤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지옥’의 원작은 네이버 웹툰이다. 넷플릭스가 새해 첫 국내 오리지널 시리즈로 준비 중인 좀비물 ‘지금 우리 학교는’을 비롯해 차기 방영을 준비 중인 적잖은 작품들이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해외 시장 다지기도 속도를 내고 있다. 네이버가 인수한 왓패드는 지난 9일 미국 비아콤CBS 인터내셔널 스튜디오와 콘텐츠 제작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밖에 카카오엔터가 인수한 타파스는 자사 콘텐츠인 웹툰 ‘닥터브레인’의 애플TV 방영에 맞춰 영어 버전을 독점 서비스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로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린 ‘마블 스튜디오’ 모델에 답이 있다고 설명한다. 수십 년에 걸친 연재로 세계관을 단단히 쌓은 상황에서 할리우드 자본을 통한 영화화로 대박을 터트렸고 OTT와 게임, 굿즈(관련 상품)로 끊임없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들 IP 자체가 멀티 유즈(다채로운 사용)가 가능하고 영화나 드라마, 게임 등으로 번지는 등 활용가치가 높다”며 “인기 콘텐츠를 통해 꾸준히 수익을 이어갈 수 있는 사이에 추가 콘텐츠 출시로 덩치를 늘려가는 구조로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