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가상자산 대장주인 비트코인 가격이 주춤하는 가운데 국내 대기업과 벤처캐피털(VC)들이 관련 스타트업 투자에 속도를 낸다. 수년 전만 하더라도 블록체인 기술사에 대한 투자가 주로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유독 가상자산 기반의 대체불가능토큰(NFT)과 탈중앙화금융(Defi) 서비스에 대한 투자가 봇물 터지듯 이뤄지고 있다. 전 세계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투자 포트폴리오에 가상자산 관련 기업을 추가하는데다, 최근 미국에서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가 승인되며 관련 투자가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 (그래픽=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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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KPMG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블록체인·가상자산 스타트업에 대한 세계 투자 규모는 87억달러(10조1746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투자 규모(43억달러, 약 5조원)를 2배 가량 웃도는 수치다. 최근에는 시장 호황과 맞물려 관련 투자가 늘었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실제 국내 대기업과 VC들의 블록체인·가상자산 스타트업 관련 투자는 이달 들어 활기를 띠고 있다. 예컨대 모바일 게임 기업 컴투스는 지난 22일 NFT 기술 기반의 미국 디지털 컬렉션 전문 기업 ‘캔디 디지털’에 1000만 달러(약 12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캔디 디지털은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스포츠카드를 제작·유통하는 NFT 기업이다. NFT란 블록체인 상에서 유통되는 토큰의 한 종류로, 각 토큰마다 고유의 값(희소성)을 가지고 있어 다른 토큰으로의 대체가 불가능하다. 컴투스는 해당 투자를 기점으로 NFT가 도입되는 새로운 글로벌 스포츠 게임 시장을 연구·분석하고 다양한 사업 방향을 논의·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국내 최대기업인 삼성전자도 NFT 게임사에 대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투자 전문 자회사인 삼성넥스트를 앞세워 이달 NFT 기반 게임 ‘엑시 인피니티’ 개발사 ‘스카이마비스’의 시리즈B 투자(1800억원 규모)에 참여했다. 엑시 인피티니는 대표적인 ‘플레이 투 언(P2E·게임을 하며 돈을 쓰는 P2W와 정 반대의 개념으로 게임을 통해 돈을 버는 구조)’ 방식의 게임이다. 사용자들은 게임에서 NFT 캐릭터를 육성할 뿐 아니라 미션 완료 시 토큰으로 보상을 받을 수도 있다. 현재 이용자 수는 약 100만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해당 투자로 삼성넥스트의 블록체인·가상자산 관련 투자 포트폴리오가 13개로 늘어났다.
디파이를 비롯한 가상자산 기반 금융 서비스에 대한 투자도 속속 이뤄진다. 대표적으로
미래에셋벤처투자(100790)는 이달 초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가상자산 펀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백두테크놀로지스에 10억원을 투자(프리 시리즈A)했다. 백두테크놀로지스는 디파이 거래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현재 다양한 디파이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 수익거래 알고리즘 등을 개발하고 있다.
아예 가상자산 거래소에 투자한 곳도 있다. 넥슨의 NXC는 이달 벨기에 기반의 글로벌 투자 자회사 NXHM을 통해 가상자산 거래소 비트오아시스의 시리즈B 투자에 참여했다. 비트오아시스는 메나(MENA·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가장 독보적으로 거래 서비스를 전개하는 곳으로, 올해 상반기 거래량만 30억 달러(3조5000억원)를 넘어섰다. NXC는 앞서 2017년부터 국내 4대 가상자산 거래소 중 하나인 코빗에 이어 유럽 가상자산 거래소 비트스탬프를 인수하는 등 가상자산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투자 상황에 정통한 가상자산 업계 한 관계자는 “여태까지는 VC와 대기업들이 정부 눈치를 보느라 가상자산 서비스 관련 투자는 애써 외면해 왔다”며 “세계 기관들이 가상자산 투자를 늘리고, 미국에서도 ETF가 승인되면서 시장이 무섭게 성장하자 관련 투자에 속도를 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앞으로는 NFT를 시작으로 디파이 등 가상자산 금융 서비스에 대한 투자도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