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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영국 하원 표결에 붙여진 브렉시트 합의안은 찬성 202표, 반대 432표라는 압도적으로 표차로 부결됐다. 브렉시트 지지자들은 어정쩡하다는 이유로, 브렉시트 반대파는 브렉시트는 안된다는 이유로 반대표를 던졌다. 모두가 만족하는 브렉시트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브렉시트를 죽인 사람은 없다. 그것은 애초에 살아 있지도 않았다”고 일갈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당장 ‘플랜B’를 내놓어야 하지만, 플랜B가 역시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아무런 협상 없이 그냥 유럽연합에서 떨어져나오는 ‘노딜 브렉시트’냐, 아예 브렉시트란 불가능했음을 인정하고 과거로 돌아가는 ‘노 브렉시트’냐란 선택지가 남았다.
플랜 B 재협상
영국 정부는 ‘플랜 B’를 마련해 다시 한 번 의회와 협상을 시도할 수 있다. 플랜B 제출 시한은 오는 21일까지다. 찬성표와 반대표 격차가 230표나 되는 만큼 의원들의 마음을 돌리긴 쉽지 않아 보인다. 핵심 쟁점은 아일랜드-북아일랜드 사이에서 벌어질 수 있는 혼란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 이른바 백스톱(backstop)이다. 브렉시트 전환기인 2020년 말까지 북아일랜드를 비롯한 영국 전체가 EU 관세동맹에 잔류한다는 내용이다. 강경파는 백스톱이 영국을 EU에 무기한 잔류·종속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기 총선
리스본조약 50조 연장
EU 회원국 탈퇴 규정을 담은 리스본조약 50조에 따르면 메이 총리가 요청할 경우 브렉시트 시기를 연장할 수 있다. 공식 일정은 오는 3월 29일이다. 브렉시트까지 석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합의안을 대규모 손질하기엔 시간이 촉박해 기한을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다만 영국을 제외한 27개 EU 회원국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다, EU가 얼마나 연장해줄 것인지 불분명하다. 가디언은 7월까지 연장하는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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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는 지난 2016년 6월 국민들에게 브렉시트 여부를 물었다. 그 결과 51.9%가 EU 탈퇴에, 48.1%가 EU 잔류에 표를 던졌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2016년 첫 투표의 민주적 과정을 무시·모욕하는 처사라고 반박하고 있다. 메이 총리도 같은 입장이다.
노 브렉시트
브렉시트를 ‘없던 일로’ 하는 것이다. 메이 총리는 노 브렉시트의 경우 국민들이 영국 정치에 대한 신뢰를 잃는 등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CNBC는 노딜 브렉시트보다는 노 브렉시트 가능성을 더 높게 봤다. 도널드 투스크 EU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이날 영국에 잔류할 것을 권했다.
노딜 브렉시트
최악의 시나리오는 노딜 브렉시트다. EU는 그간 “재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만큼 가능성이 적지 않다. 영란은행은 노딜 브렉시트시 실업률이 7.5%까지 치솟고 집값은 30% 폭락할 것으로 우려했다. 또 파운드화 가치가 추락하고 1년 동안 영국 국내총생산(GDP)이 8% 감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