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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지난 7월 독일 베를린에서의 1차 회담 때는 분위기가 180도 달랐다.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우리 속담 그대로였다. 한중 정상은 그동안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의 여파로 경색됐던 양국관계의 전면적인 회복을 선언했다. 문 대통령의 12월 중 방중이 성사된 것과 시 주석은 내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참석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게 상징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상회담 성적표와 관련해 “올모스트 (100점)”이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한국에는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속담이 있다. 중국에도 ‘매경한고(梅經寒苦)’라고 봄을 알리는 매화는 겨울 추위의 고통을 이겨낸다는 사자성어가 있다”며 “한중 관계가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한편으로는 서로의 소중함을 재확인하는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한중간에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할 수 있도록 양측이 함께 노력하길 바라마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양국 관계의 최대 불씨였던 사드 문제는 설왕설래가 나왔다. 사드문제에 마침표를 찍었는지 갈등의 불씨를 남긴 건지 다소 애매한 상황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날 회담에서 지난달 31일 한중관계 개선 협의문을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양국이 모든 분야에서의 교류 협력을 정상궤도로 조속히 회복시키자는데 합의했다. 다만 시 주석이 한국에 사드 배치와 관련해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하고 문 대통령은 사드는 중국을 겨냥한 게 아니라는 입장을 밝혀 여전한 이견차도 선보였다.
한편, 문 대통령은 12일 오후 베트남 다낭 방문을 마치고 동남아 3개국 순방 마지막 방문국인 필리핀으로 이동한다. 문 대통령은 필리핀 방문 기간 동안 아세안 50주년 기념 갈라만찬에 참석한 뒤 △한·아세안(ASEAN) 정상회의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등 아세안 관련 3개 정상회의 일정을 소화한다. 특히 아세안 기업투자서밋,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관련 정상회의에도 참석해 아세안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한·아세안 협력 비전을 설명한다. 이밖에 필리핀 방문 기간 동안 리커창 중국 총리와의 회담도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