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훈(27·사진) 어니스트펀드 대표가 2014년 미국 뉴욕의 한 벤처캐피털(VC)에서 일하며 P2P금융 창업을 결심하게 된 한 마디였다. 누구나 봤을 때 좋은 아이디어는 이미 존재하거나 너무 이상적이어서 현실 가능성이 없고, 누군가 반대하는 아이디어는 어떤 규제나 장벽이 있기 때문에 이를 넘어서면 창업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말이었다. 여행,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관련 사업에 도전해 이미 실패를 경험한 그였지만 VC대표의 이 한 마디에 다시 용기를 냈다. 당시 국내에선 낯설기만 하던 P2P금융에 도전하겠다는 말에 “좋긴 한데, 규제 많은 한국에서 가능하겠냐”는 주변 반응이 이어지자 그는 오히려 확신을 얻었다.
“금융업은 보이지 않는 무형재 판매…‘신뢰’가 제1원칙”
2015년 2월 출범해 이제 3년 차를 맞는 어니스트펀드는 8월 말 기준 누적투자금 401억 2850억원을 기록하며 대표적인 국내 P2P대출업체 중 하나로 성장했다. 신한은행, KB인베스트먼트, 한화인베스트먼트, 신한캐피탈 등 기존 금융사들로부터 총 92억원의 지분 투자도 유치했다. 서 대표는 “카카오출신 등 탄탄한 기술력을 갖춘 개발자들과 금융 분야 경력이 쌓인 전문가들이 법률적 안정성을 갖춘 시스템을 마련한 덕분”이었다고 설명했다. 올해에도 미래에셋자산운용·삼성생명 출신 부동산 전문가와 KT 출신 마케팅 전문가 등 다방면의 베테랑들이 계속해 합류하고 있는 상태다.
어니스트펀드라는 이름만큼이나 그가 강조하는 것은 ‘정직’의 가치다. 서 대표는 “금융사에서 팔고 있는 상품은 무형재이기 때문에 고객이 물건을 사자마자 걱정을 시작하는 상품”이라며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땐 단기적 수익률의 매력은 떨어지더라도 감당 가능한 리스크만 철저히 따져 뛰어든다. 안심해도 된다는 믿음을 드리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니스트펀드는 한국P2P금융협회 8월 공시 기준 대출규모 업계 12위로 평균이율은 연 11%를 기록하고 있다. 연체율은 0.94%, 부실률은 1.02%다.
“당국 규제로 성장 위축 우려 …외양간 고치기 전에 소 불러와야”
서 대표는 P2P업계의 자정 노력도 강조했다. 그는 “현재 P2P금융 시장의 과제는 전문성과 윤리성을 키우는 것”이라며 “시장이 크게 성장하며 사업성만 바라보고 뛰어드는 업체들도 있어 향후 1년 내 부실업체로 폐업할 곳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니스트펀드의 최종 목표를 물으니 “투자의 대중화를 선도하는 업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서 대표는 “대체 투자 플랫폼에서의 가능성을 믿고 있다. 누구나 정말 매력적인 상품에 쉽고 편하게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대체투자의 대중화를 선도하고 싶다”며 “투자자들은 중소기업이나 실제 자금의 흐름이 필요한 곳에 도움을 주는 임팩트 투자를 하게 되고 대출자에게도 은행과 비은행 양분된 시장이 아니라 편리하게 자금 조달받을 수 있는 대안 금융사로의 역할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