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깊은 나무가 사라진다...보호수 관리소홀로 '枯死'

서울시 서초구내 보호수 2그루 지정 해제
서울시가 지정하고 관리책임은 각 구청에 떠넘겨
"단순 보호수 지정서 벗어나 문화적 역사적 가치 조명해야"
  • 등록 2014-07-09 오전 4:00:00

    수정 2014-07-09 오전 4:00:00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서울시의 부실한 보호수 관리로 인해 수백년간 서울을 지켜온 고목들이 생기를 잃고 말라 죽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먹구구식 보호수 관리체계부터 손질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울시는 최근 보호수 2주(株)를 지정 대상에서 해제했다. 보호수가 고사해 더 이상 보호 가치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서울시는 이번에 지정 해제된 2주를 포함해 총 216주를 보호수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225살 보호수 잇따라 사망 판정

서초구 우면동 형촌길 단독주택 정원에는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 채 검게 물든 나무 한그루가 서 있다. 1972년 보호수(지정번호:서22-10)로 지정됐다가 최근 보호수에서 해제된 225년 묵은 돌배나무다. 이 집에 거주하는 세입자는 “올해 3월께 구청에서 나와 사진을 찍고 간 것 외에는 별도로 조치를 취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귀띔했다.

원지동 청계산 입구에 위치한 225년된 갈참나무(지정번호:서22-8)도 사정이 마찬가지다. 등산객들이 쉬는 의자 뒤에 자리잡은 이 나무는 우면동 돌배나무와 같은 해인 1972년에 보호수로 지정됐다. 하지만 이 나무 역시 올해 새싹을 틔우지 못해 고사 판정을 받은 뒤 보호수 지정 해제됐다.

청계산 입구 상인들은 “구청에서 영양제를 놓으려 오는 것을 본 적은 있다”며 “청계산 입구를 지키던 나무가 말라죽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보호수 지정은 서울시… 관리는 구청 책임

서울시는 조례를 통해 시장이 보호수를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별히 보호할 가치가 있는’ 노목·거목·희귀목들이 대상이다. 지정은 서울시가 하지만 관리 책임은 보호수가 위치한 지역의 구청이 진다. 서울시 조례를 통해 구청이 정기적으로 보호수 수세 유지와 피해 예방 등을 위해 정기 또는 수시로 점검을 실시하도록 했다. 아울러 정밀조사가 필요한 경우에는 수목 보호 기술자에게 진단을 의뢰해 보호·관리에 반영하도록 했다. 그러나 대부분 구청들은 인력과 예산 부족을 이유로 외주업체에 관리를 위탁한 채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 조경 관리과 관계자는 “보호수 관리는 자치구 관할이고 일년에 한번 정도씩 영양제를 투여한다”며 “나무 유지 관리는 통상적으로 나무병원에 위탁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보호수 지정 및 해설판 설치에만 급급한 현실에서 벗어나 나무가 계속 생육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한편 나무가 담고 있는 역사와 가치를 지역주민과 함께 나눌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봉호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교수는 “나무병원 등 외주업체는 의뢰를 받아야 조치를 취하는 지금의 시스템으로는 능동적인 보호수 관리가 힘들다”며 “보호수 지정에만 신경 쓸 게 아니라 보호수 관리에 더 큰 관심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성환 생태보전 시민모임 사무차장은 “나무의 문화적·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나무와 함께 어울려 사는 다른 생물종까지 아우르는 관점에서 보호수 관리 방식을 새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호수 지정이 해제된 서초구 우면동 돌배나무 (사진=김성훈기자)
서초구 원지동 청계산 입구에 위치한 갈참나무 (왼쪽) (사진=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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