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니지먼트]직원 대다수가 메달리스트인 회사(17)

직원 10명중 8명꼴로 메달리스트
메달따야 매년 해외워크샵 갈수 있는 회사
국내 최장수 UX디자인 전문회사 이노이즈
박희성,홍순기 공동대표
  • 등록 2014-05-16 오전 5:00:00

    수정 2014-05-16 오전 5:00:00

[이데일리 류성 산업 선임기자] 직원 대부분이 ‘메달리스트’인 회사가 국내에 있다.

동메달 30명, 은메달 8명, 금메달 3명등 메달리스트가 모두 41명에 이른다. 전체 직원이 53명이니 10명 가운데 8명 꼴로 메달리스트인 셈이다. 태릉선수촌이나 유명한 스포츠 구단 얘기가 아니다. 스포츠와는 전혀 무관한 업체다. 왜 이들이 메달리스트가 됐을까.

서울 서교동에 있는 UX(사용자 환경) 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이노이즈 인터랙티브(이하 이노이즈)라는 회사 얘기다. 이 곳에서는 일정 기간 이상 근무하면 모두 예외없이 메달리스트가 될 수 있다. 근속 3년 단위로 메달이 수여된다.

입사해 최초 3년을 근무하면 동메달을 선물받는다. 이후 3년이 늘어날 때마다 은메달, 금메달 등으로 받을 수 있는 메달 색깔이 한 단계씩 업그레이드된다. 예컨대 12년을 근무하면 동, 은, 금, 동 순으로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 등 모두 4개의 메달을 받는다. 메달을 받을 때마다 10일간의 휴가와 적지않은 휴가비도 덤으로 따라온다.

“오래 회사에서 함께 해준 직원들에게 감사의 의미를 담고 싶어 메달이라는 매개체를 떠올리게 됐다. 메달이라는 상징적인 선물을 받은 직원들은 자부심을 느끼고,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구성원들에겐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박희성(45) 이노이즈 공동 대표는 직원들에게 메달을 수여할 때마다 “직원들이야말로 회사의 전부라는 것을 새삼 다시금 깨닫게 된다”고 강조했다.

정식 세계 스포츠 경기에서 받는 메달은 아니지만 이 회사가 직원들에게 선물하는 메달의 순도만큼은 올림픽 메달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높다. 이 회사가 직원들의 목에 걸어주는 메달은 순도 99.99%로 만든 금메달, 은메달이다. 금, 은메달 모두 10돈 무게다. 금메달은 요즘 시가로 환산하면 200만 원에 육박한다. 이에 비해 올초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수여된 금메달의 경우 525g의 은에 6g의 금박을 씌운 것으로 순도는 1.13%에 불과했다.

UX 디자인 전문기업인 이노이즈는 지난 2003년 설립된 이 분야에서는 가장 오래된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 52억 원을 올렸다. SK텔레콤(017670)삼성전자(005930), 현대자동차(005380) 등 국내 대표적 기업들의 UX 디자인을 대행하고 있을 정도로 경쟁력을 높게 평가받고 있다.

“직원들이 회사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의도적으로 만들려고 하면 실패할 수 밖에 없다. 경영자를 포함해 구성원들이 자연스럽게 마음으로 모여 사내 분위기나 제도를 만들어가야 한다.”

홍순기(42) 이노이즈 공동대표는 “‘펀(Fun) 경영’은 회사를 재미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욕심을 비울 때 비로소 싹을 틔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작위적인 웃음이 효과가 없듯이 ‘펀 경영’ 문화도 회사 내에서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정착돼야 한다는 게 홍 대표의 지론이다.

이 회사의 워크숍 문화도 독특하다. 매년 부서별로 워크숍을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연다. 회사 설립이후 지난 10년간 빠지지 않고 매년 워크숍을 해외에서 개최했다. 지난해엔 중국 고속성장의 실상을 직원들과 함께 느끼고 체험하기 위해 중국 상하이로 3박5일을 다녀왔다. 재작년에는 말레이시아 채러팅에 있는 클럽메드 리조트에서 3박5일 일정으로 워크숍을 실시했다.

단 참석자격이 직원 모두에게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예외조항이 있다. 메달리스트가 아닌 직원들은 해외 워크숍에서 제외된다. ‘노 메달’인 신참 직원들에게는 서운할 듯도 하지만 메달리스트들의 자부심이 더 중시되는 게 이노이즈의 기업문화다.

이른바 ‘메달리스트 워크숍’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박 공동대표는 “해외 워크숍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직원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강점”이라며 “색다른 워크숍은 직원들에게 큰 자극이자 활력소가 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UX디자인 전문업체 이노이즈 인터랙티브의 홍순기(왼쪽), 박희성 공동대표는 “직원들이 행복하고 즐거워하는 직장은 인위적으로 만들려고 하면 실패할 수 밖에 없다”며 “경영자와 구성원들이 하나가 되어 자연스럽게 하나된 마음으로 ‘펀 경영’을 위한 사내 분위기나 제도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인권 기자
UX 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이면서도 ‘자전거 판매사업’을 병행하고 있는 점도 특이하다. 세계 최고급 프리미엄 브랜드인 몰튼, 콘톨, 브룩스 등을 수입, 판매한다. 최고 가격이 3000만 원을 넘나들 정도로 최고가 자전거다. 자전거를 빨리 조립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포상을 하는 ‘자전거 빨리 조립하기’ 경기 등을 매년 개최하며 이 분야 마니아들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자전거 유통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사업아이템이지만 이 회사의 ‘펀 경영’을 확산시키는 데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홍 대표의 설명이다. 당초 디자인의 가치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제품 가운데 하나가 자전거라는 확신에서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특히 회사는 자전거로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자전거와 관련한 ‘원스톱’ 서비스를 전폭 지원하면서 직원들의 회사생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우선 이 회사 직원은 원하면 자전거 대여나 시승을 언제든지 할 수 있다.

직원들이 자전거 사업에서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은 수시로 회사가 여는 ‘행복한 경매’다. 이때는 직원이면 누구나 이들 최고급 브랜드 자전거를 10분의 1 가량의 저렴한 가격으로 장만할 수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 자전거를 싼값에 구입해 마음껏 타보고 싶어 일부러 이노이즈에 입사하는 직원들이 생겨날 정도다.

자전거를 타고 오느라 땀을 흘리는 직원들을 위해 회사 내에 어엿한 샤워실도 운영한다. 이 회사의 자전거 출근족들로 구성된 자전거 동호회 회원들은 틈나는 대로 자전거를 타고 점심을 먹으러 가는 ‘런치 라이딩’을 진행하기도 한다.

자전거 사업에서 나오는 판매수익의 1%는 매년 사회복지단체에 기부하면서 상생경영에 앞장서고 있다. 이 회사 매출의 40% 정도가 자전거 사업에서 나온다.

이 회사의 ‘펀 경영’이 자리잡게 된 일등공신으로 ‘사우회’가 꼽힌다. 이노이즈 사우회는 회사에 직원들의 의견을 대표하는 사내 모임이다. 해외 워크숍이나 창립기념일 행사, 연말 송년회 등 회사의 주요한 행사는 모두 사우회가 전권을 가지고 결정하고 집행한다. 두 공동대표도 이런 사우회 활동에는 일체 개입할 수 없다. 두 창업자는 사우회가 결정하면 이를 적극 지원해야 하는 의무만 가진다.

“사우회가 앞장서 회사의 재미있는 문화를 주도하니 직원들 만족도가 높고 ‘펀 경영’이 저절로 정착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회사 경영진은 뒤에서 그 취지를 이해하고 적극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박 공동대표는 ‘펀 경영’은 자전거와 같다고 비유했다. 신바람나는 기업문화를 직접 만들겠다는 취지에서 주도권을 갖고 실천하는 기업의 구성원들이 ‘앞바퀴’라면, 이를 뒤에서 밀어주는 오너나 최고경영자는 ‘뒷바퀴’라는 의미에서다. 여기에 두 공동대표는 자전거가 굴러갈 방향을 정하는 ‘핸들’은 사우회의 손에 넘겨주고 있다.

“본업이 디자인이다 보니 ‘유연성’이 생명이다. 항상 변화에 능동적으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살아남는 업종이다. ‘펀 경영’은 직원들의 유연성을 유지, 강화시켜주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박 공동대표는 이노이즈가 10년이 넘게 UX디자인 전문회사로서 국내에서 최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을 펀 경영에서 찾았다.

박희성(오른쪽), 홍순기 이노이즈 인터렉티브 공동 대표는 “펀 경영은 자전거와 같다”며 “신바람나는 기업문화를 만들기위해서는 기업의 구성원들은 ‘앞바퀴’, 이를 뒤에서 밀어주는 오너나 최고경영자는 ‘뒷바퀴’”라고 비유했다. 방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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