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 차세대연구관이라 명명된 이 건물은 많은 기업들이 기증하는 시설과는 남다른 비밀을 갖고 있다. 평범한 공학관으로 보이지만 엄연히 엔지니어링 서비스업을 주업으로 하는 현대차의 계열사로 등록돼 있다.
현대차가 이곳을 굳이 계열사로 등록한 이유는 뭘까. 한마디로 현대엔지비는 사회공헌활동과 인재양성을 강조하는 정몽구 회장의 경영관이 배이있는 곳이다. 자동차를 전공하는 학부생과 석·박사 재학생의 연구를 지원하는 동시에 최고의 인재를 영입하기 위한 창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정 회장과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 등이 기타 비상무이사로 등재해 있는 것도 이런 의지를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매출 ‘0’원의 계열사이지만 현대차 그룹의 기술 부문 간판 임원을 대표이사로 임명하면서 힘을 실어주고있다. 작년 3월까지 현대엔지비의 선장을 맡은 이는 김해진 파워트레인 담당 사장이었다. 그는 연구개발본부에서 승용디젤엔진 개발실장과 개발품질담당 부사장 등을 지낸 대표적인 기술통이다. 김 사장 후임으로 취임한 지 대표도 현대ㆍ기아차 연구개발기획조정실 전무를 지냈다.그는 직원 60여명과 함께 서울대에서 상주하고 있다.
실제 현대엔지비의 다양한 연구과제들은 현대·기아차의 차량에 속속 도입되고 있다.2011년식 쏘나타 하이브리드에 적용된 하이브리드 전용 6단 자동변속기가 대표적이다. 현대엔지비가 공모 선정한 알고리즘 연구과제가 변속기 품질 향상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세계 최초로 양산에 들어간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에 들어가는 연료전지스택도 현대엔지비의 연구 과제에서 개발된 기술이다.
아울러 현대엔지비는 그룹사나 부품 협력사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재교육도 담당하고 있다. 30개 대학의 80여명의 교수진이 참여해 파워트레인과 차체, 새시, 전기전자 등 다양한 분야의 강의를 매년 실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