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민 기자] “공짜 점심은 없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경제학자 폴 새뮤얼슨의 언급으로 유명해진 경구(警句)다. ‘비용 없는 소득은 없다’는 이 단순한 진리는 사마천의 사기에도 등장한다.
사기의 골계열전을 보면 제나라 재상 순우곤은 이웃나라에 구원병을 요청하자는 왕에게, 술 한잔을 제사상에 올리고 하늘에 대풍을 기원하는 농부를 빗대 대가 없이 도움 받을 생각은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지난 1월, 지식경제부는 휴대폰가격표시제를 시행하면서 ‘공짜폰’ 광고를 제재대상에 올렸다. 소비자를 호도하는 상술일 뿐 진짜 공짜폰은 없다는 이유에서다.
정부의 단속과 이동통신사들의 자정노력으로 사라지는 듯 싶었던 ‘공짜 마케팅’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롱텀에볼루션(LTE) 영향이 크다. 시장 판도를 바꿔놓을 LTE 경쟁에 이동통신사들이 목을 메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상반기 기대작인 갤럭시S3의 공개일정이 5월3일로 확정되고 아이폰5도 6월께 시판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이통사의 공짜 마케팅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얼리어답터가 넘치는 국내시장에서는 신형폰이 나오면 출시한지 얼마 안된 단말기도 재고로 쌓인다.
이통사들이 보조금 지급을 확대하고 대리점들이 판매이익을 줄여가며 구형(?) LTE폰의 땡처리 나서면서 99만9000원짜리 LTE 갤럭시노트를 공짜로 주는 곳마저 등장했다.
그러나 진짜 공짜폰은 없다. 약정 해지를 해보면 대번에 알 수 있다. 위약금이 수십만원에 달한다.
이통사 판매점 직원이 “2년 약정하시면 단말기 고객부담금이 전혀 없습니다”라고 설명했다면 “단말기 값은 당신이 2년간 내야할 정액요금에 포함돼 있습니다”로 이해하면 정확하다.
해약을 하겠다는 것은 더이상 단말기 할부금이 포함된 요금을 내지 않겠다는 얘기니 이통사 입장에서는 이를 돌려받는 게 당연하다. 조삼모사지만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 한국인의 정서를 잘 활용한 마케팅 전략이다.
통신시장 만큼 공짜가 판치는 곳도 드물다. 카카오톡이 등장하면서 문자메시지는 사실상 공짜가 됐다. KT는 올해 초 LTE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자사 LTE 가입자 간에는 최대 1만분까지 무료로 음성통화를 제공하기로 했다. 하루에 5시간씩 한달내내 통화를 해도 9000분이다. 콜센터 직원이 아닌 이상 사실상 무제한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좋아할 일이 아니다. 이석채 KT 회장은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통신망은 전력이나 주파수와 같이 희소자원”이라며 “공짜 점심은 없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공짜로 쓰고 있는 서비스에 들어가는 비용은 결국 당신이나 또다른 누군가가 지불하게 돼 있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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