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쇠락하는 인사동, ‘문화지구’ 실패아닌가

  • 등록 2012-03-02 오전 6:00:00

    수정 2012-03-02 오전 6:00:00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3월 02일자 39면에 게재됐습니다.


작은 화랑과 전통문화품 가게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서울 인사동은 외국인들이 하루 평균 10만여명이 방문하는 국내 관광명소중 하나다. 그 인사동이 변모하기 시작한 것은 수년전부터다. 전통문화품 가게가 뒷골목으로 밀려나고 그 자리에 화장품 가게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판매하는 전통 공예품의 상당수가 중국산으로 밝혀져 인사동 이미지도 많이 구겨졌다.   최근 서울 종로구청이 ‘서울특별시 문화지구 관리 및 육성에 관한 조례’개정을 건의키로 한 것은 인사동의 문화거리 이미지가 날로 퇴색한다는 이런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인사동은 10년전인 2002년에 국내 첫 문화지구로 지정돼 게임업, 관광숙박업등의 영업과 시설이 금지되어왔다. 여기에 더해 종로구청은 앞으로 조례 개정을 통해 화장품이나 이동통신대리점 등을 금지업종에 추가하고 중국산 제품 판매를 금지토록 할 방침이다.

중국산제품 판매 금지로는 부족 서울시와 문화체육관광부 등과의 협의가 남아있지만 뒤늦게나마 종로구청이 이런 강경조치를 발동하려는 배경은 이해함직하다. 한국 하회탈 공예품 뒷에 ‘메이드 인 차이나’가 붙어있는 것은 문화거리 인사동의 자존심을 손상하는 일이다. 인사동이 점점 더 번잡한 다른 거리와 다를 바 없게 변해가는 것도 두고볼 수 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문화예술진흥법을 개정해 과태료를 매기더라도 현실적으로 외국산제품 판매를 막기는 쉽지는 않을 것이다. 10년동안 땅값과 가게 권리금이 급등한 상황에서 싼 판매로 수지 맞추려는 가게 주인들의 욕구를 법으로 누르는데는 한계가 있다.

인사동 ‘실패’ 다른 문화거리 보전 반면교사로 이미 10여년전부터 인사동의 갤러리 상당수는 청와대 옆 사간동이나 강남으로 옮겼다. 수년전에는 논란속에 커피 체인점 ‘스타벅스’가 인사동에 입점했다. ‘문화지구’ 지정의 허점을 비집고 커피집 등이 들어온 것이다. 인사동 거리를 ‘문화지구’로 지정한 것이 문화거리 인사동이 퇴락한 시발점이었다는 도시계획전문가들의 지적은 이 시점에서 되새겨볼 일이다. 차선을 줄이고 ‘차 없는 거리’로 만들기 시작하면서부터 문화를 즐기려는 인구가 강남으로, 사간동으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인사동에서 더 이상 작은 갤러리와 전통문화 가게가 밀려나지 않도록 건물주들에게 세제, 금융상의 혜택을 크게 주면서 업종제한을 엄격하게 시행해야 한다. 문화지구 지정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인사동의 쇠락 사례는 다른 문화거리 보전에 반면(反面)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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