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을 비롯해 역대 대통령들은 경축사를 통해 자신의 국정철학과 국정운영 기조를 국민들에게 이해시키는 수단으로 적극 활용했다. 특히 과거 대통령들은 남북관계개선을 위한 대북메시지를 경축사의 주요 내용으로 담아 국내외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역대 대통령들이 경축사에서 밝힌 대북정책들은 실제로 남북 정상회담과 경제협력, 이산가족상봉 등으로 이어져 결실을 맺기도 했다.
◇ 역대 대통령, 경축사 단골 메뉴 `대북메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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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대통령은 재임 중 주목할 만한 경축사를 밝히진 않았지만 1982년 공산권 동포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하겠다고 선언했다. 노태우 대통령은 1988년 북측에 이른바 `남북 정상회담`을 제의했고 1989년 자주·평화·민주를 통일의 3원칙으로 제시했다.
김영삼 대통령은 광복 50돌인 1995년 한반도 평화체제를 정착시키기 위한 협의를 갖자고 북한에 제의했다. 또 ▲남북당사자간 협의 및 해결 ▲관련국의 협조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비롯한 모든 남북 간 합의사항 존중 등 한반도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3원칙을 천명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1998년 한반도 평화와 긴장완화를 위한 남북 상설대화기구를 열자며 획기적인 대북포용 정책 원칙을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7년 당시 "남북 정상회담에서 무리한 욕심을 부리지 않고 역사의 순리가 현실이 되도록 하기 위해 노력 하겠다"며 "남북경협을 생산적 투자협력으로, 쌍방향 협력으로 발전시켜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국정철학·기조 공유의 場으로 십분 활용
역대 대통령들은 남북문제나 외교문제 이외에 국정과제를 이해시키기 위해 경축사를 즐겨 활용했다.
노태우 대통령은 1988년 당시 3000달러이던 1인당 실질 국민총소득(GNI)을 4년 내 2배인 6000달러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다.
김대중 대통령도 외환위기 당시 6800달러 수준에 그친 1998년 GNI를 임기 내 1만2000달러로 높이겠다고 약속했고 이듬해인 1999년 광복 이후 처음으로 `재벌개혁 5+3원칙`을 발표, 재벌의 경제력 집중과 세금 없는 부의 세습 등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광복절인 2008년 경축사에서 `저탄소 녹색성장` 국가 비전을 선포하고 2009년 `중도실용`의 친서민 정책을 강조했다. 지난해에는 `공정사회`를 화두로 던졌다.
◇ 李대통령, 집권4년차 경축사 키워드 `화합`
이 대통령은 지난주 휴가 기간에도 경축사에 담을 내용을 숙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올해 경축사에는 국정현안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한 `국민과의 소통과 화합`이 핵심 키워드로 담길 것으로 점치고 있다.
아울러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재정건전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위기극복을 위한 국민과 기업, 정치권의 노력을 당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일문제와 관련해선 최근 불거진 독도 문제에 대해 원론적 수준의 언급이 이뤄질 것이란 예상이 많다. 특히 별도의 대북메시지가 담길지 여부도 관심거리다. 일각에서는 남북 간 대치 국면이 대화국면으로 옮겨 가는 시점에서 북한에 대한 메시지가 담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통일재원` 방안에 대한 구상도 밝힐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