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3rd]외환은행 현대반을 아시나요③

  • 등록 2011-05-09 오전 8:10:10

    수정 2011-05-09 오전 11:47:47

마켓in | 이 기사는 05월 06일 14시 26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오상용 기자]“2001년과 2002년 현대건설과 하이닉스를 청산하거나 헐값에 내다팔아 자금을 회수했다면 우리는 그 돈으로 무엇을 할 수 있었겠습니까. 대한민국은 지금의 현대건설 보다 더 경쟁력 있는 건설사를 만들 수 있었을까요. 반도체산업의 메카라는 칭호는 물 건너 가지 않았을까요(김효상 외환은행 여신관리본부장).”

부활의 노래

현대건설은 2006년 7월 워크아웃을 졸업해 최근 현대차그룹이라는 새 주인을 맞았다. 채권단의 현대건설 매각과정에서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간 인수전 과열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대한민국 워크아웃사(史)의 한 페이지가 일단락되는 순간이었다. 한때 생존의 위협을 받던 현대건설은 2009년 이후 국내 도급순위 1위에 복귀했다. 국내부동산 시장의 침체를 해외시장 개척으로 풀어나가며 돋보이는 수익성과 성장성을 보이고 있다. 건설업계의 부침이 심했던 지난 해 현대건설은 5304억 원의 당기순익을 기록, 전년대비 16%의 순익 증가세를 기록했다. 매출은 10조원을 돌파해 8% 성장했다.

▲ 왼쪽부터 이연수 前 부행장, 김효상 여신관리본부장, 남궁진권 여신관리부 팀장


현대건설 고위 관계자는“현대건설과 하이닉스 부활을 위해 회사 임직원은 혼연일체로 뛰었다. 임직원의 노고 못지 않게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의 역할도 컸다.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위해 주채권은행이 우선 양보하고 희생한다는 외환은행의 원칙이 있었기에 다들 외환은행을 믿고 따라주었다”고 평가했다.

현대건설 매각을 맡았던 외환은행 김효상 본부장은“주채권 은행으로서 굳은 신념과 자신감으로 현대건설 구조조정과 매각작업을 진행해 왔다. 구조조정 기업의 회생과 성공적인 주인찾기가 우리 힘만으로 성사될 수 있었겠는가.채권단 운영위원회 소속 금융회사, 관계기관, 현대건설 임직원 등 모두의 도움 없이는 달성할 수 없었다. 현대건설 부활과 성공적 M&A는 관계자 모두가 노력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상전벽해
하이닉스는 현대건설 보다 1년 앞서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매각작업이 마무리 되지는 않았지만 과거 외환은행을 향해 `밑 빠진 독에 물을 붓고 있다`고 비아냥대던 이들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지난해 하이닉스는 창사이래 최고치인 2조6000억 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매출은 12조990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53%가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조2730억 원으로 1600%이상 늘었다. 하이닉스는 그간 참고 기다려준 주주들을 위해 첫 배당도 실시했다.

하이닉스 관계자는“구조조정 과정에서 외환은행은 하이닉스의 효율적 투자관리를 위해 투자위원회를 구성하는 한편, 유입되는 현금을 차입금 상환이 아닌 신규투자에 집중하도록 배려해준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기술확보를 위한 선행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채권단이 지원한 덕에 하이닉스는 2004년부터 원가경쟁력 확보가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2003년 9월 워크아웃에 돌입했던 현대종합상사는 2009년 12월 현대중공업을 새주인으로 맞이한데 이어 이듬해 1월 워크아웃을 졸입했다. 2006년과 2008년 두 차례에 걸쳐 워크아웃 약정을 연장한지, 6년여만에 정상기업으로 탈바꿈했다.

공연이 끝나고 난 뒤

외환은행 현대반에게는 숨가쁘게 달려온 10년이다. 힘겨웠던 세월, 한잔 술에 우리가 못 버티면 나라의 내일이 없다고 다짐했던 날도 많다. 동고동락하던 동료를 언 땅에 묻고 울먹여야 했던 날도 있다. 진심을 몰라주는 언론이 야속했고 제 잇속만 챙기는 다른 금융회사들이 미웠던 적도 많다. 앞으로 또 10년, 대한민국에는 숱하게 많은 기업이 사라지고 생겨날 것이다. 외환은행 현대반을 추억하는 이도 점점 줄어들지모른다.

외환은행 현대반에게 현대란 어떤 의미일까. “큰 시련과 아픔으로 다가온적도 있었지만 참으로 큰 기쁨과 뿌듯함을 안겨주었습니다. 저에게 현대란 그런 회사죠(이연수 전 부행장).”

“형제라고나 할까요. 힘들 때는 정말 함께 힘들어 했고, 기쁠 때는 얼싸안고 눈물을 쏟을 만큼 함께 기뻐했던. 참 오랜 세월 다들 잘 이겨냈습니다(김효상 본부장).”

“아이가 자랐고 저도 머리가 샜습니다. 젊은 날을 현대반에 쏟았던 선배중엔 현대건설의 주인 찾기를 보지 못하고 눈을 감은 선배도 있고요. 우리에게 현대란 우리가 보냈던 30대와 40대를 헛되지 않게 해준 기업이지 않을까요(남궁진권 팀장).”

IMF 외환위기 이후 기업 구조조정의 격동기를 온몸으로 살아낸 대한민국 워크아웃 1세대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제3호 마켓in`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제3호 마켓in은 2011년 5월2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381, bond@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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