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0대 1에 육박할 정도로 높은 청약 경쟁률을 보인 진흥기업(002780)의 사례를 보면 어떤 방법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협력자 역할은 이화전기(024810)가 맡았다.
이화전기는 21일 정정공시를 통해 당초 진흥기업 유상증자에 결국 보통주 8만8850주(0.22%)밖에 취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이화전기는 30억원을 투자해 보통주 252만2000주(6.32%)를 취득할 계획이라던 공시를 번복한 것이다.
불과 나흘만에 이화전기의 진흥기업 취득 주식수는 약 28분의 1로 줄어들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사건 경위는 이렇다. 앞선 2일 진흥기업은 보통주 700만주, 우선주 420만주를 일반공모 방식으로 유상증자키로 결정했다고 밝혔었다. 진흥기업은 오는 30일 협력업체의 공사비 및 자재비등으로 지급한 지급어음 결제 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해 이번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조달한 자금은 111억8600만원. 일반공모는 16일과 17일 이틀에 걸쳐 진행됐다.
일반적으로 공모 마감 전에 청약이 몰리긴 하지만, 이화전기의 투자 공시를 보고 더욱 많은 투자자들이 달려들었다. 결국 진흥기업 유상증자 경쟁률은 보통주 28.38대 1, 우선주 13.33대 1이란 매우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2745억원(증거금 100%)이 몰렸다.
이번 유상증자 주간사였던 대신증권 관계자는 "공모 첫날과 둘쨋날 오전까지 청약한 투자자들이 별로 없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주주배정 후 실권주 공모도 아니고 일반공모 유상증자에서 28대 1의 경쟁률은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주목되는 점이 이화전기의 최대주주가 진흥기업이란 사실이다. 과연 진흥기업은 관계회사인 이화전기가 당초 30억원 규모로 유상증자에 참여할 것이란 사실을 몰랐을까. 알았다면 왜 제3자 배정방식과 일반공모 방식을 혼합해 유상증자를 진행하지 않았을까. 유상증자 대박을 유도하기 위한 계획된 시나리오인가.
진흥기업 관계자는 "이화전기와는 상관없이 공모주에 대한 관심이 원래부터 컸다"면서 "특히 최근 아파트 분양이 성공하는 등 회사가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투자자들이 인정한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사실 진흥기업과 이화전기의 사전 공모는 알 수가 없는 사실이지만 설사 사전에 이같은 모의를 했다고 해도 법적으로 문제되는 것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