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이진우기자] 어닝시즌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이번주는 세계 IT업계의 거물들인 인텔 삼성전자 노키아 IBM AMD가 모두 실적발표를 한다. 매일 쏟아지는 실적에 시장도 꽤나 들썩일 것 같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웬지 모를 썰렁함이 감돌고 있다. 투자자들의 마음은 출근을 앞둔 일요일 오후의 샐러리맨 같다. 몸은 일요일 오후에 머물러 있지만 마음은 월요일 출근길로 향해 있다.
하반기 실적둔화 전망..2분기 실적이 얼마나 씻어줄까
중요한 건 실적 그 자체가 아니라 실적의 추세다. "이미 꺾이고 있는 추세"에 대한 걱정을 한아름 안고 있는 입장에서 지나간 분기의 실적에 대해 박수를 보내고 휘파람을 불기엔 흥이 나지 않는다.
4조원 전후로 예상되는
삼성전자(005930)의 2분기 영업이익도 그래서 사실 큰 관심은 아니다. 4조를 넘으면 어떻고 4조가 안되면 어떻다는 말인가. 걱정하는 문제는 2분기 그 다음의 일인데 말이다. 중요한 것은 아래 그림의 막대그래프가 아니라 푸른 실선의 방향이다.
야후의 실적도 시장이 예상치를 충족시켰지만 "별로 놀랍지도 않다"는 이유로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 실적 그 자체보다는 실적을 대하는 시장의 시각, 실적을 해석하는 시장의 기분에 따라 주가의 방향이 달라진다.
이런 분위기에서 실적은 "물이 절반정도 담긴 유리컵"일 뿐이다. 그래도 반이나 남았다고 생각할 지, 반이나 줄었다고 받아들일 지는 오로지 시장의 마음에 달렸다. 결국 실적 그 자체를 예상하는 것 보다는 실적에 대한 시장의 반응과 해석을 예측해보는 게 더 필요하다. 꿈보다는 해몽이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삼성전자보다 먼저 발표하는 인텔과 노키아의 실적은 1분기와는 좀 다른 시각에서 볼 필요가 있다. 1분기에는 노키아의 어닝쇼크가 삼성전자의 반사이익으로 해석되고 인텔의 부진도 삼성전자의 우월함의 확인해주는 것으로 주가에 반영됐지만 이번은 다르다.
"I분기에는 경기가 확장일로를 걷고 있어 IT경기의 파이 자체가 커지고 있다는 확신히 강했던 시기라 "경쟁자의 부진은 나의 행복"으로 해석될 수 있었다. 그러나 2분기는 하반기 이후에 IT경기 둔화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어서 인텔과 노키아가 내놓는 하반기 전망은 국내 증시에서 1분기와는 다르게 해석될 것이다."(굿모닝신한증권)
잘나가던 야후도 꺾였는데 인텔 노키아가 오죽하겠냐는 불안감도 좀 다른 방향으로 해몽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 야후는 6월말에 주가가 52주 신고가였다. 실적과 무관하게 쉬어갈 핑계를 찾는 상황이었다. 반면 인텔과 노키아, 삼성전자는 1월, 3월, 4월에 각각 고점을 찍고 조정을 받는 중이다. 적어도 시장을 놀라게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주가가 급락할 확률은 높지 않다는 점이 위안이다.
낮아진 변동성 다시 커질듯..단기 방향성의 중요한 분기점
다만 추세상으로 이미 하락싸이클로 접어든 주식시장이 2분기 실적에 힘을 얻어 상승세로 돌아설 확률은 더 낮아보인다. 주식값이 내리는 이유가 "하반기 이후의 실적둔화"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면 그 걱정을 씻어줄 뭔가가 필요한데, "시장의 예상치를 충족하는 2분기 실적"은 그 뭔가로는 다소 모자라기 때문이다. 시각을 이번주로 압축한다면 실적쇼크로 인한 급락이 없기를 바라는 게 더 현실적이다.
우선 수급면에서 불안함이 지속되고 있다. 이머징마켓펀드의 자금유출은 10주째 이어지고 있고 730선 부근의 하방경직성을 보여주는 매수주체는 개인들이다. 4개월 연속 음봉을 기록한 것이 기술적 반등을 기대하게 하는 근거일 뿐이다.
주식시장의 추세가 아래로 꺾였다는 것을 확인해주는 지표로 최근 부각되는 것은 이익전망치를 하향조정하는 기업들의 숫자가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 기업들도 그렇고 한국의 기업들도 그렇다. 경기가 하락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점을 재확인해주는 지표다.
증권사들의 이번주 전망 역시 부정적이다. 최근 종합주가지수의 변동성이 급격히 축소된 상황에서 박스권 등락을 보이고 있지만 이번주에는 다시 변동성이 확대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주식시장이 다시 크게 출렁인다면 어떤 방향일까. 아래일까, 위일까.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본격적으로 낮춰지고 있고 기업이익에 대한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 하향 조정이 급증하고 있다. 이는 지수하락의 추세를 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삼성전자도 외국인지분율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최저수준까지 내렸다. 변동성이 다시 커진다면 그 방향은 아래쪽일 가능성이 크다"(LG투자증권)
삼성증권은 이번주 투자전략으로 "실적호전 재료보유주 중심의 Trading Buy & Sell"을 제시했다. 양호한 실적 뿐 아니라 "재료까지" 보유한 종목을 "단기적으로" 샀다가 빨리 팔라는 뜻이다. 보수적인 시각이 묻어 넘친다. "이번주는 주식투자를 쉬라"는 권유보다 오히려 더 불안하게 들린다.
상승모멘텀은 여전히 부족하지만 이번주를 무난히 넘긴다면 바닥을 다져가는 기간으로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에너지를 축적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실적 발표를 기점으로 참아왔던 불안감이 다시 폭발할 가능성도 염두에 둔 신중한 투자계획이 필요해보인다. 바닥을 보고 무릎에서 사겠다는 생각을 한다면 마음이 좀 편해질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