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미 스포츠시장에 "가격 차별" 바람

  • 등록 2002-12-09 오전 7:24:34

    수정 2002-12-09 오전 7:24:34

[뉴욕=edaily 공동락특파원] 앞으로 유명 선수나 인기있는 팀의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서는 입장료를 추가로 내야할 것 같다.

미국의 일부 프로스포츠 구단들은 최근 내년 입장료 책정안을 발표하면서 이른바 "빅카드"라고 불리는 경기의 입장료를 보통 경기보다 올려 받기로 했다.

뉴욕을 연고로 하는 프로야구단인 뉴욕메츠는 내년부터 같은 지역 라이벌인 뉴욕양키스나 당대 최대의 거포로 불리는 배리 본즈의 소속팀인 샌프란시스코자이언츠와의 경기 입장료를 인상한다고 밝혔다.

캐나다의 오타와를 연고로 하는 아이스하키팀인 오타와서네이터는 같은 캐나다 라이벌팀인 토론토메이플립스와 지난해 참피언인 디트로이트레드윙스 등과의 경기 입장료를 이미 다른 경기에 비해 20% 올려 받고 있다.

이른바 "가격 차별"이라고 불리는 이같은 가격 정책은 그동안 브로드웨이의 뮤지컬이나 각종 공연에서 주말이나 야간에 입장료를 조금 올려 받는 비교적 소극적인 방식으로 이뤄지긴 했어도 스포츠 분야에서는 시도가 거의 없던 가격 정책이다. 특히 스포츠 경기는 항상 참가팀들에게 동일한 조건을 보장한다는 명분으로 이에 대한 언급 자체도 대단히 금기시돼 왔다.

오레곤대학 스포츠마케팅센터 학장인 릭 버튼은 "그동안은 300달러도 지불할 용의가 있는 관람객과 100달러도 지불하지 않으려는 관람객이 나란히 경기를 볼 수 있는 가격구조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경기침체와 함께 불어닥친 입장객 수의 감소는 스포츠 구단들에게 자신들만의 가격정책을 쓰는 것을 불가피하도록 내몰고 있다. 더구나 선수들의 연봉을 날이 갈수로 치솟는 상황에서 이같은 가격 정책은 일종의 고육책으로 받아들여지기까지 한다.

올해 메이저리그 야구 경기의 경우 전체 입장객 수는 전년에 비해 6% 감소해 30개 구단들이 모두 내년 입장료 책정에 적지않은 고민을 하고 있다. 즉 더 받을 수 있는 경기에 대해서는 입장료를 더 받고 그렇지 못한 경기는 입장료를 낮춰서라도 수입을 최대한 챙길 수 있는 가격 책정에 고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메이저리그 구단중에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뉴욕양키즈도 내년에 약체로 분류되는 팀과의 경기에 위치가 좋지 못한 관람석에 대해서는 입장료를 5달러까지 낮추기로 결정했다. 이는 올해 최저입장료인 8달러보다도 가격이 40% 가량 낮아진 것이다.

그러나 프로스포츠 구단들이 가격 차별에 적극적인 이유가 단순히 관객수의 감소때문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이들은 가격 차별이 실제 몇가지 시범사례에서 적지않은 성과를 올려 스포츠 구단들의 가격 차별 의지를 더욱 확고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여름 콜로라도록키스는 인기구단인 뉴욕양키즈와의 일부 경기에 대한 입장료를 높게 책정해 짭짤한 차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츠버그를 연고로 하는 아이스하키구단인 피츠버그펭귄스는 지난해 부터 주말 경기에 대해서는 입장료를 5달러씩 높게 책정해 100만달러의 추가 수입을 올려 한 때 파산위기에 직면했던 구단을 정상화시킬 수 있었다.

펭귄스의 단장인 팀 레이메는 "입장료 수입을 늘리려면 고객측을 세분화해서 이를 과감하게 가격에 반영해야한다"며 "그러나 적지않은 리스크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욕메츠는 올해 상대팀별 입장객 수를 근거로 흥행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되는 17경기에 대해 최고 입장료를 53달러로 책정했다. 이는 종전의 43달러보다도 10달러나 인상한 수준이지만 그외의 경기에 대해서는 입장료를 그대로 유지하거나 낮춰 전체적인 입장료 수입은 4% 정도만 늘린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가격 차별의 과정이 순탄치 않은 사례도 있다. 올해부터 라이벌 팀과의 경기에는 입장료를 높게 책정키로 했던 오타와서네이터는 지난 11월 몬트리올카나디언스와의 경기에서 2500석을 비워놓고 시합을 진행해야겠다. 입장료를 10%로 추가로 받겠다던 가격 정책으로 인해 오히려 관람객 숫자가 10% 이상 줄어들게 만든 것이다.

가격 차별이란 수요자들이 얼마만큼의 가격을 지불할 의향이 있느냐에 따라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는 정책이다. 결국 수요자의 지불의사를 얼마나 정확하게 예측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전혀 달라지는 것이다. 섣부른 수요 분석으로 팬과 수입을 모두 잃는 실수를 범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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