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상대 전자상거래(B2C) 기업에 대한 망령이 되살아났다. 23일 뉴욕 증시 상황은 B2C는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하는 사업 분야라는 인식이 증시 주변에 강하게 잠재해 있다는 것을 확인한 하루였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는 리만 브라더스의 전환사채 담당 애널리스트인 라비 수리아가 "부정적인 현금흐름과 운영자금 운용의 미숙, 많은 양의 부채들이 결합돼 아마존을 극도의 고위험 상태로 만들었다"는 리포트를 냄에 따라 아마존 주가가 19%나 폭락, 주가 수준을 1998년 12월 수준으로 되돌려 놓았다. 아마존 주가는 이번주에만 28% 하락했다. 이날 아마존 주가가 떨어지면서 e베이와 프라이스라인닷컴 등 인터넷 경매업체들도 주가가 7% 정도씩 떨어졌다.
수리아는 "아마존이 브랜드 이름을 구축하고 2000만 명 이상의 고객을 확보했지만 비용과 부채가 급증했다"며 "아마존은 지난 2년간 23억 달러 이상을 대출 및 전환사채 시장에서 끌어들였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존은 성장에 충분한 현금흐름을 창출해내거나 자금을 끌어들여야만 한다"며 "1분기 말까지 아마존의 손실이 모두 12억 달러에 달했다"고 말했다.
모건 스탠리 딘 위터의 애널리스트인 메리 미커도 이날 2-3분기 매출이 전망치를 밑돌 것이라고 발표했다. 메리 미커는 "기관 투자자" 잡지의 연례 조사에서 탑 인터넷 분석가에 랭크된 인물이다. 미커는 아마존의 2-3분기 수입이 각각 6억달러, 6억5000만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모건 스탠리의 대변인은 미커의 리포트가 아마존의 주가 폭락에 일조하자 애널리스트가 내는 어떠한 보고서에 대해서도 알고 있지 못하다고 말했다.
메릴린치의 분석가인 헨리 블로젯도 "소비 지출이 둔화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수입 전망을 높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배런스의 현금 고갈 리스트에 의해 닷컴 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한 이래, B2C 기업 주가는 이날 가장 처참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4월에 포레스터 리서치도 B2C 기업들의 수익성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며 대다수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곧 도태될 것이라는 리포트를 낸 적이 있다. 그러나 이때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회장은 인터넷 기업간의 재편으로 아마존과 같은 강자들이 살아남게 될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했었다.
블룸버그 통신은 자신들이 보유한 데이터에 따르면 아마존은 현재 10억8000만 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데, 한 달에 1억1570만 달러의 현금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9개월이면 현금 고갈 상태에 직면하게 된다고 밝혔다.
아마존의 대변인인 빌 커리는 "회사는 애널리스트들에게 어떠한 재무적 전망에 대한 분기중 지침을 준 적이 없다"며 리만 브라더스의 리포트에 대해 "조만간 현금이 고갈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아마존은 지난 4월 "앞으로 3분기 동안 현금 흐름이 긍정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었다.
아마존 주가는 6개월전 113달러를 기록했다가 어제 33달러선까지 하락했는데, 그동안 주식 가치가 280억 달러나 폭락했다.
e베이는 이날 7.4% 하락, 53달러 선에서 장을 마쳤는데, 이는 3월27일과 비교해 60%나 주가가 떨어진 것이다. WR함브레이트의 애널리스트인 데렉 브라운은 e베이의 추천등급을 적극 매수에서 매수로 낮췄다. 그는 앞으로 3~6개월간 현 수준보다 수입 전망을 높일 이유를 찾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프라이스라인닷컴은 7.7% 하락해 41달러 선에서 주가가 마감됐는데, 1년전에는 119달러를 기록했었다.
블룸버그의 전자상거래 지수는 6.6%가 떨어진 57.48을 기록했는데, 작년 12월에는 157.53이었다.
그러나 맥도널드&Co의 애널리스트인 사샤 코스타디노프는 아마존에 대해 "올해에 3억4000만 달러, 내년에 1억3700만 달러의 영업손실을 볼 것"이라며 "여기에는 각각 9200만 달러의 이자 비용이 포함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올해와 내년에도 아마존은 막대한 양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는 "만약 내가 아마존의 주주이고 전자상거래의 생존 가능성을 믿는다면 이번 하락을 매수 기회로 볼 것"이라며 "공격적 매수" 등급을 매겼다. 그는 "아마존이 추가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경쟁업체도 마찬가지"라면서 이미 다른 인터넷 전자상거래 업체보다 앞서 있기 때문에 이는 아마존에게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아마존은 7월26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데, 퍼스트 콜/톰슨 파이낸셜의 전문가 조사에 따르면 주당 35센트의 손실을 볼 것으로 나타났다. 퍼스트콜에 따르면 매출액은 5억8400만 달러로 지난 1분기의 5억7400만 달러보다 겨우 2%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JP모건의 애널리스트인 톰 와이먼은 "아마존이 매출액 전망치를 크게 앞서지는 못할 것이지만 전망치는 맞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전자상거래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점점 인기를 끌고 있다며 2분기의 매출 전망을 6억300만 달러로 놓은 뒤 매수 추천했다.
한편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의 인베스터스 서비스는 이날 아마존의 전환사채에 Caa3 등급을 부여했다. 이는 최하위 등급보다 겨우 2단계 높은 것으로 아마존의 취약한 펀더멘탈을 반영하는 것이다.
무디스의 애널리스트인 매리 메넨데즈는 "이번 등급은 비즈니스 모델의 불확실성을 반영한 것"이라며 "이는 아마존이 주식 시장 보다는 채권 시장을 통해 자금을 확보한 결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