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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60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된 에이프릴바이오의 자가염증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APB-R3’가 최근 글로벌 임상 2상에 돌입했다. 아토피 환자 60명을 대상으로 이뤄지며, 첫 투약 시기는 내년 2월로 예정돼 있다. 첫 환자 투여 시 에이프릴바이오는 마일스톤을 수령하게 된다. 마일스톤 규모는 비공개다. 에이프릴바이오의 APB-R3를 기술도입한 미국 신약 개발사 에보뮨은 미국 임상시험 정보 사이트인 ‘클리니컬트라이얼즈’에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임상 예상 종료 시기는 2026년 1월이다.
에보뮨은 APB-R3로 아토피 외에도 2개 추가 적응증을 포함해 총 3개 적응증 치료제를 개발하기로 했다. IL-18 억제제는 대식세포 활성화 증후군(MAS), 성인 발병성 스틸병(AOSD), 전신성 소아 특발성 관절염(SJIA), 유육종증 등 광범위한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에이프릴바이오는 매 임상 단계에서 첫 환자 투약 시 마일스톤을 수령할 전망이다.
에이프릴바이오는 지난 6월 에보뮨과 총 계약규모 6558억원, 선급금 207억원, 개발 마일스톤 1139억원, 상업화 마일스톤 5212억원을 지급하는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에보뮨은 면역개제염증질환(immune-meditated inflammatory disease) 치료제를 개발하는 신약 개발사로 2020년 4월 미국 캘리포니아에 설립됐다. 현재 아토피, 건선, 염증성 장질환 치료제 등을 개발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APB-R3가 상업화에 성공하면 ‘계열 내 최초 신약’(퍼스트 인 클래스)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 물질은 면역 반응 사이토카인인 ‘IL-18’에 결합해 활성을 중화시키는 기전인데, 아직까지 상업화에 성공한 IL-18 억제제는 전무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IL-18 억제는 면역 체계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안전성 평가에 어려움이 따르고, 유효성을 증명하기 위한 임상시험 설계도 까다롭다는 점 등이 한계로 꼽힌다. 실제 현재 IL-18 억제제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빅파마는 스위스 노바티스, 영국의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뿐이다. IL-18은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염증을 유발하고 다양한 자가면역 질환, 염증성 질환, 종양 등을 유발할 수 있다.
APB-R3는 지난 6월 발표된 임상 1상 결과에서 일반적으로 안전하고 내약성이 좋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망, 극심하거나 심각한 이상반응은 없었으며, 임상시험이 중단된 사례도 없었다. 전체적으로 이상반응의 심각도가 경미했으며 시험이 모두 종료된 후 해결됐다. 약동학적 특성의 경우 APB-R3 농도는 용량 비례적으로 증가했다. 동시에 활성 또는 비활성을 포함한 전체 IL-18의 양이 증가했는데 APB-R3가 활성 IL-18을 중화시킴에 따라 비활성 IL-18의 양이 증가한 것으로 회사 측은 결론 내렸다.
여기다 내년에는 에이프릴바이오가 총 계약규모 5413억원에 기술수출한 또 다른 후보물질 ‘APB-A1’의 임상 1b상 종료도 거의 마무리된다. 클리니컬트라이얼즈에 따르면 룬드벡은 2021년 에이프릴바이오로부터 도입한 자가면역질환 후보물질 APB-A1에 대해 갑상선 안병증(TED) 환자 19명을 대상으로 임상 1b상을 진행 중이다. 1차 시험 종료 시점은 2026년 1월이다. 그 전에 중간결과를 발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에이프릴바이오는 1b상 첫 번째 환자투여가 개시됨에 따라 룬드벡으로부터 마일스톤 500만달러(약 70억원)를 수령한 바 있다.
갑상선 안병증(TED)은 갑상선의 자가면역질환으로, 갑상선을 자극하는 자가항체가 눈 주변의 근육, 연부조직에 염증을 일으키고 이것이 굳어지면서 변형을 일으키는 것이다.
현재 상용화된 유일한 TED 치료제로는 암젠의 ‘테페자’가 있다. 테페자는 올해 2분기 약 4억7900만달러(약 659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청력상실과 같은 부작용으로 점차 시장에서 입지가 좁아지는 추세다. TED의 2028년 예상 시장규모는 약 58억달러(약 7조5000억원)로 추정된다.
룬드벡은 TED 외에도 다발성경화증(MS)시장으로의 진출도 공식화했다. MS 역시 자가면역질환 중 하나로 뇌, 척수, 시신경으로 구성된 중추신경계에 발생하는 만성 질환이다. MS의 2028년 예상 시장 규모는 254억달러(약 30조원) 규모다.
에이프릴바이오 관계자는 “사노피의 다발성경화증 임상 2상 성공, 바이오젠의 루프스 임상 3상 성공 등 최근 APB-A1과 동일한 CD40L 타겟 파이프라인들이 모두 긍정적인 임상결과를 보여줬다”며 “APB-A1도 긍정적인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내년 추가 기술수출 기대
여기다 에이프릴바이오는 내년 독자 개발한 ‘SAFA’ 플랫폼 기술수출과 추가 파트너링을 목표하고 있다. SAFA는 약물의 체내 반감기를 늘리는 플랫폼으로, 앞서 기술이전한 후보물질 모두 SAFA를 적용한 것이다. 회사는 지난달 기존 SAFA 플랫폼을 개선해 항체와 ADC 등에 접목 가능성을 높인 신규 플랫폼을 공개했다. 현재 ADC 약물에 SAFA 플랫폼을 적용하기 위한 전임상을 진행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APB-A1, APB-R3 등의 성공적인 임상으로 SAFA 플랫폼에 대한 업계 내 신뢰도도 상승했다”며 “SAFA ADC를 적극 어필해 기술수출이나 공동개발 등 기업가치를 향상시킬 수 있는 좋은 결과를 만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이벨류에이트에 따르면 ADC 시장 규모는 지난해 100억달러(약 13조8000억원)에서 2028년 280억달러(약 38조6200억)에 이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