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탄소중립보다 더 시급한 '지역소멸' 대책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정책에 2036년까지 충남 12기 폐쇄
생산유발 19.6조·일자리 감소 7701개 등 지역경제 직격탄
석탄화력 폐지지역 지원 논의, 정부·정치권서 제자리 걸음
근본적 고용보장 대책·실직 근로자 관리 등 해법 마련 시급
  • 등록 2024-08-05 오전 5:00:00

    수정 2024-08-05 오전 5:00:00

[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가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으로 탄소중립을 추진 중인 가운데 급격한 변화 속에서 일자리 감소 및 지역소멸 가속화 등이 우려되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인 IPCC는 2018년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기온 상승폭을 ‘1.5도 미만’으로 제한하려면 인간 활동에 따른 전 지구 이산화탄소 순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최소 45% 줄이고, 2050년에는 ‘넷제로(이산화탄소 순배출 제로)’ 상태에 도달해야 한다고 했다.

충남 서해안 일대에 위치한 한 석탄화력발전소 전경. (사진=충남도 제공)
특별보고서가 발표된 후 주요 국가들은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쏟아냈다. 내연기관 퇴출을 비롯해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쇄를 공식화했다. 한국 정부도 석탄화력발전소의 단계적 폐쇄를 결정, 현재 추진 중이다. 그간 석탄화력발전소가 내뿜는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와 유해물질로부터 고통 받았던 충청권 지역민들과 환경단체들도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문제는 일자리 감소와 지역소멸의 가속화이다.

전국에 산재해 있는 59기의 석탄화력발전소 중 절반이 넘는 29기가 충남에 몰려 있어 경제적으로 30조원을 육박하는 피해와 8000개에 가까운 일자리 감소가 당장 현실화될 위기다. 정부는 석탄화력발전소 59기 중 노후한 28기를 오는 2036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쇄할 예정이다. 충남은 2025년부터 2036년까지 당진 1~4호와 보령 5·6호, 태안 1~6호 등 모두 12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사라질 전망이다. 당장 내년에는 태안 1·2호기, 이듬해는 보령 5·6호가 해당한다.

환경적인 문제로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쇄를 원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지만 발전소 폐쇄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천문학적인 규모다. 석탄화력발전소가 밀집한 충남의 경우 생산유발 감소금액은 19조 6910억원, 부가가치유발 감소금액은 7조 9850억원, 취업유발 감소인원은 7701명 등 전국에서 가장 큰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정치권에서도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는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지역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특별법을 발의했지만 소관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소속 어기구(충남 당진) 의원이 지난 17일 처음으로 총선 공약인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지역 특별지원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고 국민의힘 소속 장동혁(충남 보령·서천) 의원도 지난달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충남도 한 관계자는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지역을 지원한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여·야가 모두 긍정적인 입장”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당장 충남 서해안 일대 석탄화력발전소가 밀집한 지역에 거주하는 지역주민들과 발전소에서 근무 중인 근로자들은 “폐쇄 시기가 코앞에 다가왔지만 정부의 대책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집단 실직과 이에 따른 지역경제 침체, 지역소멸이 현실적 문제로 다가온 상황에서 근본적인 고용보장 대책과 실직 근로자에 대한 사후 관리 등이 시급하다. 강원도의 경우 탄광이 없어진 지역에 카지노 신설을 대안으로 추진했지만 지역주민들이 떠나고 도박 중독자만 양산하는 등 과거의 실패를 거울 삼아 지금이라도 최소한의 생존의 대책을 정부와 정치권이 모두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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