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투자자는 甲 아냐…공부하고 도와줘야 좋은 VC”

KIC 출신 박이안 프라이머사제 파트너 인터뷰
VC는 스타트업 육성자 아니라 동반자라 생각
美서 투자받고 싶다면…끝없는 질문 대비해야
AI는 이제 기반 산업…소비·우주 분야 관심 多
  • 등록 2024-07-17 오전 11:07:37

    수정 2024-07-17 오후 5:40:06

[이데일리 마켓in 박소영 기자] “좋은 벤처캐피털(VC) 파트너는 많이 공부하는 사람, 그리고 창업자가 가는 길에 필요한 부분을 돕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실리콘밸리에서 한국 창업자들의 투자 유치와 미국 진출을 돕는 박이안 프라이머사제 파트너가 밝힌 업에 대한 철학이다. VC가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면 투자를 잘할 수 없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그는 이에 더해 창업자가 자신의 인생을 바쳐 가는 길인만큼 투자자가 돈을 푼다고 해서 생색내는 마음가짐만 가지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대신 창업자들이 세상에 없는 기술과 서비스를 만드는데 VC가 공헌하는 만큼 VC 파트너들이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일하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데일리는 최근 박이안 프라이머사제 파트너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박이안 파트너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중소 VC에서 투자 경험을 쌓은 뒤, 샌프란시스코에 사무소를 개소한 한국투자공사(KIC)로 거취를 옮겼다. 이후 더 많은 한국계 스타트업이 성공하는데 일조하고자 실리콘밸리에서 한국 또는 미국 내 한국계 창업자에 투자하는 투자사인 프라이머사제로 적을 옮겼다. 올해 초에는 미국 벤처캐피탈저널이 선정한 라이징 스타에 선정되기도 했다. 출자자(LP)와 VC, 한국과 미국 양쪽을 모두 경험한 박 파트너에게서 실리콘밸리의 투자 철학과 관심 분야를 들을 수 있었다.

박이안 프라이머사제 파트너. (사진=프라이머사제)


실리콘밸리서 투자받으려면…‘토론’에 익숙해져야

박이안 파트너는 KIC에서 일했던 경험을 살려 지금도 LP들과 활발한 교류를 이어나가고 있다. 박 파트너는 프라이머사제에서 미국 VC들과 정보를 교환하거나 공동투자를 논의하고, 미국 LP들과 관계를 맺고 이들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KIC 샌프란시스코 사무소에서 스타트업 직접투자와 VC펀드 출자를 주로 담당했는데, 주로 스타트업뿐 아니라 VC 업계에 KIC를 알리고 협업 네트워크를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KIC에서의 경험이 현재 직무에 자양분이 됐다고 말했다.

그가 현재 프라이머사제에서 하는 업무에는 한인 창업자를 발굴하는 일도 포함된다. 그는 미국 진출을 원하는 창업자, 미국 현지의 한국계 창업자, 미국 현지 VC로부터 자금을 조달받고 싶은 창업자 등을 대상으로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글로벌 진출을 원하는 다수 국내 창업자가 미국을 최종 목적지로 꼽을 만큼 미국 진출에 대한 국내 수요가 상당하다. 이때 그는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자금을 조달하고자 할 때 토론문화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한국은 IR 피칭이 준비한 파일을 쭉 읽는 식으로 진행되는데, 미국에서는 투자자가 미리 자료를 읽어오고 당일에는 끊임없는 질문과 답변이 이어지는 게 보통”이라며 “미국에서 투자받고 싶다면 장황한 설명 대신 회사의 매력적인 점을 부각하고, 꼬리 질문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미국에 진출한 기업들이 매출을 내는 것을 가장 어려워한다고 했다. 한국보다 인적 네트워크가 부족하다 보니 고객사를 만드는데 어려움을 겪고, 문화가 익숙하지 않아서 힘들어하는 사례가 적잖다는 것이다. 현지 투자자 간 관계나 금융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는 점도 장애물이다.

그는 이들과 업계 동료에게 자신의 투자 철학을 공유하고자 업계 소식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뉴스레터 2개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어로 발송하는 ‘주간실리콘밸리’는 주로 실리콘밸리의 VC업계 이야기, 최신 테크 소식에 자신의 의견을 모아 전달한다. 유튜브 버전도 시작했다. 영어로 발송하는 ‘머니 비하인드 더 머니’는 VC에 투자하는 LP들의 세계를 VC 업계에 알린다.

모든 분야 적용될 AI…투자 섹터로 보지 않아

프라이머사제는 최근에 1억 3500만달러(약 1879억원) 규모의 펀드 2를 조성했다. 회사는 소프트웨어, 컨슈머, 마켓 플레이스 같은 비즈니스 모델뿐 아니라 지속가능성, 바이오·헬스, 커머스, 뷰티 등 다양한 섹터에 관심을 두고 투자하고 있다. 대표 포트폴리오로는 AI 인프라 회사인 업스테이지와 클러스터 커머스 기반 소비재 브랜드 기업 올리브인터네셔널이 있다. 그중에서도 업스테이지와는 설립 무렵인 2020년에 최초 투자를 단행했을 만큼 인연이 깊다. 그만큼 남들보다 앞선 시기에 AI 투자에 뛰어든 셈이다.

박이안 파트너 역시 AI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높다. ‘AI 4대 천황’이라 불리는 앤드류 응 교수의 공식 어드바이저를 맡을 정도다. 박 파트너는 오는 7월 30일 앤드류 응 교수와 함께 내한해 ‘프라이머사제 AI 데이’를 개최한다. 이날 앤드류 응 교수가 키노트 발표를 맡는다. 그는 “AI는 이제 어떤 하나의 투자 분야가 아니라 앞으로 모든 것에게 적용되는 기초 기술”이라며 “개인적으로 앞으로 모든 분야에 적용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관심 있게 지켜보는 분야로 소비 산업을 꼽았다. 고물가 고금리 상황에 소비심리가 위축돼 소비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있는 지금이 오히려 투자 적기라는 이야기다. 한동안 유행했던 B2B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보다는 컨슈머 테크와 프로덕트가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또한 우주산업의 미래도 밝다고 평가했다. 스페이스 엑스의 스타십이 성공함에 따라 관련 사업에 대한 비용이 절감되면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외에도 최근 미국 스탠포드대 이노베이션·디자인 리서치 랩에서 어드바이저를 맡아 푸드테크, 모빌리티, 라이프스타일 섹터에 대한 관심도 드러냈다.

그는 “오히려 비즈니스 모델에 AI를 적용하지 않은 기업을 물색하기도 한다”며 “가치가 명확한 회사는 AI를 도입하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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