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부처 마다 다른 CVC 기준…업계는 ‘갸우뚱’

업계·공정위·중기부 CVC 기준 달라 혼선
올해 중기부 CVC 현황 관련 통계 고도화
  • 등록 2024-01-10 오전 4:31:49

    수정 2024-01-10 오전 4:31:49

[이데일리 박소영 기자] 정부가 올해부터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히면서 기업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지만, 유관 부처별로 CVC 기준이 달라 업계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유관 부처에 따라 기준이 천차만별이고, 이 때문에 정확한 통계도 없는 상황이다.

CVC 산업을 키우려는 정부나 설립을 준비하는 기업 모두 정교한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CVC 기준과 관련 법을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2023 CVC 벤처투자 컨퍼런스’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중기부]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CVC 통계 집계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부터다. 지난 2021년 12월부터 일반지주회사의 CVC 보유를 제한적으로 허용한 이후 설립하는 사례가 점차 늘자 업계도 부랴부랴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CVC 현황을 집계하는 곳은 크게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공정거래위원회, 중기부 등이다. 우선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CVC의 범위를 가장 넓게 잡고 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국내 CVC를 비금융업 일반기업의 스타트업 투자를 위한 금융자본으로 정의했다. 이에 따라 집계된 국내 CVC 수는 총 949개로, 이 가운데 국내 대기업이 만든 CVC는 199개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CVC 종류를 자본 운용 주체에 따라 ▲독립법인 ▲사내부서 ▲펀드출자 등 3가지로 나눴다. 이에 따르면 독립법인 CVC는 GS벤처스처럼 기업이 투자 전문 자회사를 설립해 자본을 운용한다. 기업이 사내에 투자 전담부서를 만들거나 전담 인력을 할당해 자본을 운영하는 네이버D2SF와 같은 사례는 사내부서 CVC다. 외부 벤처캐피털 펀드에 출자하는 경우 펀드출자 CVC다.

공정위는 가장 좁은 의미의 CVC를 통계로 냈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회사가 주식을 100% 소유하는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창투사)와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신기사)만을 CVC로 집계한다. 이에 따르면 창투사 5개, 신기사 7개로 총 12개의 CVC가 운영되고 있다.

중기부는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회사가 주식을 100% 소유하는 창투사와 신기사 중, 모기업과 동일 그룹 계열회사 등 기업집단 출자가 30% 이상인 비금융 기업집단의 계열회사를 CVC로 정의한다. 이에 따르면 국내에 86개 CVC가 운영되고 있다. 중기부 기준이 공정위보다 넓은 이유는 벤처투자 시장을 아우르는 부처인 만큼, 공정거래법에 국한해 시장을 바라보기에 부적절하다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기준이 불명확한 만큼 일각에서는 국내 CVC 전담 기구를 만드는 게 효율적이라는 주장을 내놓는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CVC 육성을 기치로, 오는 2027년까지 CVC 투자 비중을 30%까지 높이겠다고 발표해 CVC 설립에 대한 혼란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CVC 대한 통일되고 명확한 기준이 없는데, 정부의 CVC 활성화 정책이 제대로 펼쳐지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부처별로 밥그릇 지키기가 우선인 만큼 전담 기구가 만들어질 가능성은 적다”고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놓았다.

중기부는 이에 대한 자구책으로 올해 중으로 업계와 논의해 CVC 보다 명확한 실태를 파악할 통계 고도화 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지난해 CVC 현황을 발표한 사례를 연례화해 통계가 만들어지도록 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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