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대리전’ 대만 선거 접전…세계 정치·경제 영향 ‘촉각’

[민주주의 슈퍼볼] ‘친미’ 민진당 vs ‘친중’ 국민당 2파전
민진당 승리 시 양안 관계 악화…지정학적 긴장감 고조
국민당 이기면 中 영향권 편입될 듯…美는 우호군 잃어
대만 불확실성 증가, 기업 TSMC 해외 이동 가능성 제기
  • 등록 2024-01-08 오전 5:00:00

    수정 2024-01-08 오전 5:00:00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이번주 대만에서 치러질 총통 선거에 전 세계 관심이 쏠린다.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으로 불리는 이번 대만 선거는 결과에 따라 아시아 지역의 지정학적 상황이나 글로벌 공급망 등 주요 문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친미 성향을 띤 민주진보당(민진당)이 정권을 이어가게 되면 중국의 공세 확대와 군사적 충돌 우려에 따른 긴장감이 고조될 전망이다. 반대로 친중 성격의 국민당 후보가 승리할 경우 대만에 대한 중국 영향력이 커지며 미국과의 갈등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대만 선거 D-5, 라이칭더 vs 허우유이 ‘팽팽’

오는 13일 열릴 대만 총통 선거는 양안(중국과 대만) 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 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은 독립적인 성향의 차이잉원 총통이 8년간 정권을 유지하면서 중국과 멀어지는 대신 미국과 거리가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대만 문제는 지난해 1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정상회담에서 거론되기도 했다. 시 주석은 중국의 대만 통일 의지를 간섭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미국측은 대만 정책에 대한 변화는 없다고 선을 그으며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이번 선거 참여한 후보는 집권 여당인 민진당의 라이칭더, 제1야당 국민당의 허우유이, 민중당 커원저 3명이며, 라이칭더와 허우유이 2파전으로 압축된다.

독립·친미 성향의 라이칭더 후보는 대만이 중국에 예속돼 있지 않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친중 노선을 걷고 있는 허우유이 후보는 중국과 대화를 강조하고 있다.

7일 중국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라이칭더는 지난 6일 연설에서 “모두가 버스에 올라 민주주의와 평화의 길을 걷자”고 강조했으며 허우유이는 “민진당의 차가 대만에서 계속 운전할 경우 안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하며 뚜렷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지지율을 보면 라이칭더 후보가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격차는 크지 않다. 중국 TVBS 방송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라이칭더와 허우유이의 지지율은 지난해 8월 37% 대 22%까지 벌어졌지만 12월 한때 33% 대 32%까지 1%포인트로 좁혀졌다. 이달 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라이칭더 33%, 허우유이 30%로 행방을 예측할 수 없다.

친미 vs 친중 결과에 아시아 정세 영향 예상

라이칭더 후보가 승리하게 되면 민진당은 앞으로 4년을 더해 총 12년간 정권을 이어가게 된다. 지난 8년간 대만에 대한 영향력이 줄었던 중국이 우려하는 시나리오다.

중국은 선거에 앞서 정찰용으로 의심되는 풍선을 대만 주변에 띄우고 대(對)대만 관세 인하를 중단하는 등 군사·경제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시 주석은 신년사를 통해 “통일은 역사적인 필연”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민진당이 정권을 이어가면 중국과의 관계 악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국은 국제사회 시선을 의식해 ‘대만 무력 충돌은 없다’고 하지만 군사적 위협의 강도를 키우거나 추가 경제 제재 같은 카드는 얼마든지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라이칭더 당선 시) 중국은 대만 인근의 보급로를 일시 장악 또는 차단하거나 인근 푸젠성에 병력을 집결할 수 있다”며 “중국이 군사력을 과시하면 지역 동맹국들을 미국 진영으로 더 밀어 넣을 수 있고 문제는 걷잡을 수 없게 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허우유이 후보가 승리하면 대만이 중국과 대화를 재개함으로써(현재 중국은 차이 총통과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양안 관계는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일본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은 허우유이 후보가 당선하면 대만이 중국의 영향권에 들어서면서 대만의 정치·경제 상황은 크게 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과 중국은 현재 남중국해 같은 영유권 분쟁과 반도체 등 글로벌 공급망을 두고 대립하고 있다. 여기에서 대만 정부가 중국측에 더 기울 경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정세도 급변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누가 돼도 불안” TSMC 향방에 전세계 주목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의 향방도 이번 선거의 관전 포인트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대만 부총통 후보들이 중국과의 긴장으로 인한 투자 위험에 대해 논쟁하면서 TSMC가 선거운동 싸움에 휘말렸다”고 보도했다.

국민당의 자오샤오캉 부총통 후보는 지난 1일 “TSMC는 해외로 나가길 원한다”며 “대만에 평화로운 환경이 조성되지 않으면 아무도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진당의 반중 노선이 중국과의 긴장을 불러일으키고, 이는 글로벌기업인 TSMC의 해외 철수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TSMC는 현재 일본과 미국 등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

국민당이 승리한다고 TSMC에 호재는 아니다. 첨단 기술의 중국 유출을 경계하고 있는 미국이 중국뿐 아니라 대만에 대한 제재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국이 수출 제한 등으로 맞설 경우 당장 공급 부족 사태를 겪을 수도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국민당이 승리하면 미국이 대만의 반도체산업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기업들도 공급망을 대만 외부로 다각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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